[사 설]

/ 클립아트코리아

불과 한 달 전에 지자체가 능력 있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방직 공무원 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정부가 21일 국가공무원 정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창출에 동참한다고 했지만 도무지 앞뒤가 안맞는다. 공무원 채용계획에 원칙도 기준도 보이지 않는 임기웅변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공무원 증원을 통해 고용창출을 하겠다는 의미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일관성없는 정부정책은 신뢰 받기는 커녕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증가 정원 가운데 2천194명을 1분기 중에 조기 반영하는 내용의 46개 부처 직제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올해 국가직 전체 소요정원은 3천397명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났다. 소요정원은 매년 공무원 증원 소요를 정부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것으로, 행안부가 이를 직제에 반영하면 각 부처가 정원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1분기에 32.4%, 2분기에 37.5% 등 순차적으로 정원을 늘렸으나 올해는 전체의 64.8%인 2천194명을 1분기 중에 반영한다. 행자부는 "각종 행정서비스를 더 빨리 제공할 수 있고, 증원된 분야의 공무원 신규채용도 3월부터 가능해져 공공부문의 일자리 조기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업률이 큰 폭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증원은 고려해볼 만한 사안이다. 더구나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은 채용소식이 뜸해졌다. 모 취업사이트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4년제 대학 졸업 정규 신입직 채용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312개사 중 34.3%(107개사)만이 신입 공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44.6%(139개사)는 아예 채용계획이 없었으며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21.2%(66개사)에 달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채용규모에 비해 8.8%가 감소한 것이다. 구직행렬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비례해 취업문이 좁아진다면 실업률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가직 증원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한달 전만해도 지자체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3%까지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3%까지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을 공감하기는 힘들다. 굳이 공무원을 증원한다면 지방직을 더 배려해야 한다. 정작 지자체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없어서 조류인플루엔자(AI)사태가 확산된 것은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AI사태가 났을때 농식품부 산하 수의직 공무원은 300여명에 이르지만 지자체엔 가축방역관이 없는 곳이 수십곳이나돼 AI 예방도 안되고 막상 특정농장이 고병원성 확진판정을 받아도 확산을 방지할 수 없었다.

정부는 2천명 남짓한 국가직 공무원 증원을 발표하며 고용창출에 기여하겠다고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채용규모를 확대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적인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 글로벌기업이 범죄 집단처럼 비춰지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나라에서 공무원 늘린다고 실업률 하락을 기대할 사람은 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