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예고 없이 오는 것일까.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왼쪽 다리가
 아프다. 예사로 여겼으나 다리를 전혀 쓸 수가 없다.
 한 병원에서는 고관절 연골파손, 또 한 병원은 수액탈출증이라 판명
 했다. 다리가 아파도 직장근무는 해야 하기에 직장에서 가까운 병원으
 로 가게 되었다.
 ''주사 맞고 약 드세요''
 한 달을 다녀도 차도가 없고 결국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 받으라는
 것이다. 나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한 달만에 하는 의사의 말이다. 수
 술의 예고였다.
 어찌해야 할까. 칼을 받을 것인가 운동요법을 쓸 것인가. 책자를 찾
 았다. 칼을 받는 것은 굴복이었고 운동요법은 도전이며 고통이었다. 위
 기를 계기로 선택했다. 뼈대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젊은 시절 허리를 다쳤고 그로 인해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관절부위
 뼈가 비틀린 것. 밤마다 벨트로 발목, 무릎, 허리를 조이고 지내야했다.
 따르는 고통과 함께 한 달 정도 지났다.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플 때 내 몫을 감당해 준 동료들 고맙고 그래서 꼭 완전한
 다리로 돌아갈 것임을 나는 믿고 있다.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만을 가지게 되었지만 재앙은 예고가 있는 것. 예방하지 못한데서
 오는 불행일 뿐이다.
 3개월 동안 위기의식 속에서 좋아하는 술을 삼가다가 모처럼 글쓰는
 동료와 술자리하고 마음껏 마셔보았다. 아- 오늘 어찌 술자리가, 차는
 어떻하고.... 알고 보니 한달 전부터 도보출근을 했던 것이다.
 유류 파동이 국가의 위기로 다가서자 소리 없이 참여하고 있는 동
 료. 글 한 수 짓는 자존심, 콧등이 찡했다. 나는 나의 위기에 잘도 대처
 했다. 국가의 위기엔 어떻게 동참하고 있는 것일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