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명동거리 / 뉴시스

서울 명동에서 회사 생활한지 두어 달이 지났다. 이 정도 가지고 감히 소감을 말하는 게 어설프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첫 인상은 있다. 필자에게 명동의 첫인상을 표현할 단어는 이렇다. 다양하다. 재미있다. 젊다. 역사가 오래 되어 보인다. 우선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명동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많다. 명동이 하나의 동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명동은 저동 등 무려 9개의 법정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적은 0.99㎢로 여의도의 약 8분지 1에 해당된다.

명동이 현재 최고 번화가이지만, 일제감점기에는 지금의 충무로인 본정(本町)보다 낙후된 지역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주택가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충무로가 상업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인접지역인 이곳도 상가가 조성되었다. 해방 후에는 명동에 위치한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였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저항의 상징이었다. 80년대 이후에는 강남, 여의도 등 부도심의 개발로 명동의 상징인 금융기관과 패션산업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으로 상권이 활성화 되었다.

최근 명동에서 가장 특기할 사항은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덩달아 상가 매출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보하느라 명동에서만 수십 개의 호텔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드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는 당면한 우리나라의 핵심이슈이다. 직접 상대국인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다. 상당히 난제다. 지혜가 필요한 문제다. 뾰족한 해법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두번째는 명동 중심지역으로 업무용 및 상업용 건물이 재집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외곽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명동으로 회귀하며 슬럼화 되었던 중심가가 적극 개발되고 있다. 명동의 스카이라인이 달라지고 있다. 오피스 가격도 오르고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도심의 가치가 높아지며 개발이 미뤄졌던 지역이 적극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부도심으로 확산되다가 다시 도심으로 환류 하는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세번째는 명동의 컨셉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떠난 빈자리를 과연 어떤 컨텐츠로 채울 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과거 강남과 여의도 등 부도심의 개발로 쇠퇴의 길을 걸었던 경험을 명동은 가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잠시 활기를 찾은 것은 지극히 외부요인에 불과하다. 이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 때 풍미했던 문화와 예술을 되살릴 지, 국내 패션과 뷰티로 다시 일어설 지 불분명해 보인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지역주민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것과, 적절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설정하고 부단하게 추진해야 된다는 것이다.

명동의 걱정이 우리나라의 걱정과 닮아있다. 한국경제도 전환기를 맞이하여 향후 방향과 전략 수립이 큰 과제다. 그런데 우리는 총체적인 리더쉽 부재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경험은 분명 쓴 약이 되어야 한다. 반복해서도 안 될 문제다. 급변하는 시대에 한발 더 앞서서 예단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후진을 당한다. 국가적인 리더쉽이 바로 서서 명동의 걱정이 덜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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