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우리 주변에서 어린이집이 보기 힘들어졌다. 그 흔했던 '유치원'은 물론 산부인과, 소아과등 산모와 어린이를 위한 병원도 찾기기 쉽지 않다. 대신 노인요양원과 노인요양병원은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의 증가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구 역피라미드 현상'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어린이집을 찾기가 힘들어진 것은 이유가 있다. 전국의 어린이집이 매년 1천개 넘게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4만3천770개로 최고치를 찍었던 어린이집은 하향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4만1천84개로 줄었다. 1년 새 1천200∼1천400개씩 감소한 것이다. 어린이집의 폐업이 속출하는 것은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원아 감소 때문이다. 2015년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였다. 통상 출산율 1.3명 이하가 3년 이상 지속되면 초저출산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15년간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정부가 10년 이상, 3차례에 걸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통해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장려 정책은 실패로 귀결됐다.

반면 고령화사회가 다가오면서 노인요양시설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86곳(2015년 기준)이 초고령 사회에 해당한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 요양시설은 2013년 7만2천835곳에서 2014년 7만3천746곳, 2015년 7만4천844곳으로 늘었다. 신생아는 보기 힘들고 노인층이 두터워지면서 국가경제도 활력을 잃고 있다.

하지만 '인구 역피라미드 현상'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조짐은 안 보인다. 지난해 보건복지포럼 6월호에 실린 우리나라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기혼여성의 46.2%가 '결혼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찬성했다. 기혼여성이 이렇다면 미혼여성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이런 환경에서 '키드 산업'이 지고 '실버산업'이 뜨고 있지만 이같은 산업구조의 재편은 근본적으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노동력 부족(Shortage)', '생산성 저하(Shrinkage)', '세대 간 일자리 경합(Struggle)' 등 이른바 '3S' 현상의 발생 가능성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일본은 지난해 인구조사를 시작한 1920년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으며 멀지않은 장래에 1억 명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침몰의 서막'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인구감소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닥칠 현실이다. 저출산현상을 해결하려면 일자리와 주거문제등 젊은이의 요구와 기대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나와야 한다.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어린이집'을 찾기 힘든 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수 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