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내일이 3.1절이다. 1919년 3월 1일 일제에 맞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한 후 항일 투쟁에 나섰던 날이니 올해로 꼭 98주년이다. 광복 직후 였던 1949년 정부가 자주독립정신을 기리기위해 국경일로 지정한 이후 매년 열린 3.1절 행사는 국기 '태극기'와 함께 국민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기곤 했던 날이다. 그랬던 3.1절이 올해는 전례없이 유별난 행사를 치른 날로 기록될 모양이다.

3.1절이 다가오자 우리사회 한축에서는 '3.1절 태극기를 꼭 달아야 할지 고민 된다'고 한다. 탄핵 반대 그룹이 태극기를 시위용품으로 사용하는 게 아주 못마땅한 '탄핵 찬성 그룹이자 촛불그룹'의 반응이다. 탄핵 찬반과 무관하게 소중한 존재가 돼야 할 대상을 특정세력이 시위용품에 사용해서야 되겠냐는 게 이들의 시각인 것 같다. 마치 '애국'을 독점이라도 한듯한 행위로도 비쳐져 기쁜 나쁘기 짝이 없을 게다. 그래서 요즘의 태극기는 전례없는 뜨악한 시선을 받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게 현실이 됐다.

또 다른 한축은 3.1절까지 기다릴 게 뭐 있냐며 벌써 집 밖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3.1절이 2~3일이나 남은 시점이지만, 청주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마도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게다. 일찌감치 태극기를 내건 이들의 속내를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탄핵 반대 메시지를 3.1절이 지닌 의미에다 억지로라도 '대입'하고 싶을 게다.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박 대통령측 변호인 중 한명인 서석구 변호사가 변론 준비과정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최근 청주에서는 정월 대보름 전후 해마다 열리는 윷놀이 행사까지 태극기가 등장한 동네가 있다고 한다. 골목까지 '정치'가 파고 들다보니 '지참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한다. 코메디같은 일이 더 터지기 전에 '태극기 용도'를 별도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정도가 됐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판결 선고를 앞두고 찬·반 그룹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양측은 행동으로도 옮길 태세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삼일절 기념일 광화문 광장에서 제18차 촛불집회를 갖는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역시 이날 세종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서울역과 동대문 방향 거리에서 탄핵 집회를 갖는다. 이들은 한술 더 떠 청와대 방면 행진도 할 계획이다. 탄핵반대 단체가 '청와대 행진' 집회 신고를 선점해 탄핵 단체는 방향을 틀 예정이어서 충돌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3.1절 기념일 전국에 탄핵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울릴 판이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급기야 광복회가 나섰다. 이들은 27일 "태극기를 시위도구로 써서는 안될 일"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다. 광복회 입장도 그렇지만, 태극기는 국민 전체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 내는 상징물이다. 문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탄핵 국면에서 한축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도구로 태극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왜 문제인지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회상해 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무렵 붉은악마와 함께 등장했던 태극기는 국민화합과 국민적 자긍심을 담은 상징물로 충분했다. 그랬던 태극기가 국정농단 사태로 국회 탄핵에 이어 헌재 선고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는 도구이자 편을 가르는 도구가 됐다. 태극기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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