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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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에서 한국사 강의를 하다보면 우리 선조들이 일찍이 과거시험을 통하여 인재를 등용한 내용이 나온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은 전국의 호족들의 힘을 빌려 나라를 세우다 보니 실력자들의 딸을 모두 왕비로 들여 부인이 29명이나 된다. 고려 초기에는 이 때문에 지역의 호족들 간섭이 많았고 호족의 자식들이 벼슬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고려의 4대왕 광종은 호족들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불공정한 벼슬 등용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958년, 중국후주에서 귀화한 '쌍기'의 권유를 받아들여 당나라의 관리임용 제도를 본 따서 '과거'를 실시했다. 고려시대 초기에 시작한 과거 덕분에 고려의 포은 정몽주는 3번이나 장원급제했고, 조선시대 율곡 이이는 9번이나 장원급제를 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서울대 규장각 박현순 교수는 인문학 특강에서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사서삼경과 유교경전을 외우고 완벽하게 답을 작성해야한다고 했다. 과거를 위해 7세 무렵부터 시작하여 사찰과 향교 등에서 집중 연마하여 20세 전후부터 응시한다. 평균35~38세에 생원, 진사시 또는 고급관료인 문과에 합격했다. 요즘은 인재들이 의사나 판검사, 대기업, 공무원, 금융업 등으로 분산되지만, 조선시대에는 의료나 과학 기술, 경제 분야는 중인층이 담당하였고, 양반 사대부들에게는 유학을 공부하여 관료가 되는 길만이 열려 있었다.

교사시절, 6학년 실과과목의 '일과 직업'을 가르칠 때 우리나라의 직업 종류가 1천2백 여 개로 다양함을 알았다. 대학 진학률은 미국이 60~70%, 일본 50%, 독일 30%인데, '우리의 진학률은 고졸자의 69.8%' 가 대학에 진학하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직업의 종류는 많지만 대학 진학률이 높다보니 대졸 실업자가 많이 늘어나고 취업전쟁이 생겼으며 청년백수가 많아졌다. 옛날에는 오로지 과거시험만을 준비했지만 요즘은 공무원, 공기업, 기업체, 금융, 언론사 등 다양한데, 인기직종만 매달리지 말고 취업준비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도록 어른들이 안내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마을학교 강의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10~20년 후 유망 직종을 강조하고, 대학진학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시대는 40대까지 과거시험을 준비하다가 청춘을 날려 보낸 경우가 많았고, 요즘도 공무원과 대기업만 바라보는 취업전쟁 때문에 젊은 시절을 몽땅 허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필자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유망 중소기업의 기술직이나 영업직에서 근무하기를 추천한다.

류시오 시인·수필가

취업전쟁을 통과해도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대인관계를 잘 해야 한다. 직장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배려심'과 '용기' 두 가지 덕목을 실천 할 줄 알아야 한다. '배려심'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것으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은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용기'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함이며 정의(正義)와 탐구심을 키워준다. 우리 모두 자녀들에게 '용기'와 '배려심'을 지도하고, 창조적 상상력과 감성을 갖도록 길러주어,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대인관계 잘 하는 법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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