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클립아트 코리아

저는 지난달 24일 오후 4시 20분께 옥천군에서 2살짜리 암소 1마리를 물어 죽인 혐의로 입건된 검은 들개 입니다.

지난 1월 28일에 벌어진 주말농장의 염소 3마리와 닭 5마리 살해사건의 범인도 저입니다. 개인의 사유물을 범하고 마을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저도 처음부터 들개는 아니었습니다. 비교적 평온한 옥천의 농가에서 태어나 사랑받으며 풍요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님이 이사를 가면서 저를 버리고 갔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다 사정이 있을테니까요.

이번에 범행을 모의한 두 친구들은 제가 버려졌을 때 만난 사이입니다. 저와 처지가 너무 비슷해서 금세 친구가 됐습니다. 친구들과 저는 배가 너무나 고팠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 축사에서 염소와 닭을 잡아먹었고 이번에 암소를 물어 죽이게 됐습니다. 이유는 그 뿐입니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릴 적 엄마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저의 선조들은 원래 인간과 함께 살지 않고 야생에서 가축이나 작은 짐승을 사냥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 후 우리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냥하는 습성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주인과 함께 어느 애견TV에서 2018년 국내 애견시장이 3조 6천 500억원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인간과 더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하지만 주인에게 버려지고 먹이를 사냥하다 인간의 올무에 잡힌 지금은 인간에게 배신감만 느낄 뿐입니다. 언젠가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일 많은 친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인간은 간사하니 절대 믿지말라고..."

- 이상은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개의 입장에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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