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18.청주 북부시장 '동원떡방앗간'

청주북부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인 '동원떡집'은 이주여성 며느리와 2대가 방앗간과 떡집을 운영한다. 사진 왼쪽부터 아들 정해공씨, 어머니 차남희 사장, 베트남 며느리 찬김동씨가 떡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하루종일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매 시간 구수한 떡 냄새가 퍼져나간다. 청주 북부시장 '동원떡방앗간'은 40년 경력의 손맛으로 365일 '건강한' 떡을 빚고 있다. 북부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이자, 2대가 운영하는 떡집으로 유명하다.

"40년간 떡을 만들면서 항상 기분이 좋았어요. 내 손으로 만든 떡을 사람들이 기쁜날에 같이 나눠 먹고, 또 맛있게 먹으니까."(어머니 차남희)

'동원떡방앗간'은 정운복(78)·차남희(67·여)씨 노부부와 그 아들인 정해공(51)씨,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찬김동(34·여)씨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들네 부부가 손을 보탠지는 벌써 8년째다.

"혼자 하다가 아이들이 도와주니까 '여유'가 생겨서 좋지요.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좋고."(아버지 정운복)

"가족이라 손발이 잘 맞아서 일이 빨리빨리 진행되니까 좋아요. 일이 힘들어도, 싸워도 금방 풀어져요. 가족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아들 정해공)

차남희 시어머니와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 찬김동씨가 밝은 표정으로 함께 떡을 만들고 있다./김용수

동원떡방앗간의 하루는 매일 새벽 3시에 시작된다.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정운복·차남희씨 노부부가 가게 문을 열어 그날 찧을 쌀을 담그고 하루를 준비한다. 이렇게 이른 아침을 연 지가 어언 30년이 넘었다. 아들네 부부는 새벽 5시에 나와 떡 포장작업을 하고 아들 해공씨는 배달을 시작한다. 하루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밤 9시다.

"새벽 3시면 가게에 나와서 어머니는 쌀 담그고 재료 준비하고, 아버지는 쌀 빻고 떡 고물 양념하시고. 아버지는 특히 간을 잘 봐요. 저는 배달담당, 제 아내는 떡을 잘 팔아요."(정해공)

동원떡방앗간에서는 쌀을 빻는 것부터 찌고 고물을 만들고 빚는 것까지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이렇게 손수 만드는 떡 종류는 30가지가 넘는다. 가장 인기떡은 쑥인절미, 밤찰떡, 호박편.

동원떡방앗간은 국산 쌀, 국산 생(生) 재료를 쓰고 무색소를 원칙으로 한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떡을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는 손님들이 다 알아봐요. 가공된 깡통제품이나 중국산 쓰지 않고 생재료를 저희가 다 손으로 손질해서 써요."(정해공)

청주 북부시장 '동원떡방앗간'에서는 365일 전통방식으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 수제 떡을 만들어 내놓는다. / 김용수

쌀은 청원생명쌀, 밤과 대추도 국산으로 밤은 생밤을 껍질을 까서 쓰고, 대추는 씨를 빼서 정리해둔다. 떡 고물로 쓰이는 콩, 깨, 녹두, 동부 등도 껍질을 다 벗겨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팥은 독성을 없애기 위해 삶은뒤 사용한다.

떡과 함께한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쉬는 날이 없었다.

"방아를 쉴 수가 없었어요. 잔치, 돌, 개업식 등 떡 예약을 맞춰야 하니까 문을 닫을 수가 없는거지."(정운복)

365일 연중 무휴이지만 가장 바쁠 때에는 역시 명절 때다.

"명절 때에는 2~3일은 잠도 못자고 밤을 새워 일하니까 제일 힘들죠. 추석때가 설 때보다 3배는 더 바빠요."(차남희)

베트남 호치민 출신의 며느리 찬김동씨는 주로 떡 주문과 판매를 맡고 있다. 떡 만드는 일에 손을 보탠지 벌써 8년째다. 만들 수 있는 떡도 30가지가 넘는다. 특히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 영업력(?)이 뛰어나다.

"'말(한국말)'은 문제 없어요. 힘든 건 별로 없는데 바쁠 때 신랑이 가게에 없으면 힘들어요. 날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며느리 찬김동)

2대가 운영하는 '동원떡방앗간'의 아들네 정해공·찬김동(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부가 바쁜 일과 속에서도 사랑을 쌓아가고 있다. / 김용수

베트남 며느리에게도 '떡'은 낯설지 않다. 베트남에서도 떡을 많이 먹고, 한국처럼 경사스러운 날에 이웃과 같이 나눠먹기 때문이다.

"베트남떡보다 한국떡이 더 맛있어요. 저는 호박떡을 가장 좋아해요. 베트남은 명절, 제삿날 구분없이 아무 떡이나 떡만 먹으면 되는데 한국은 생일떡, 제삿떡, 이사 떡 종류가 다양하니까 신기했어요."(찬김동)

떡은 예로부터 좋은날, 잔칫날 빠지지 않았다. 서민음식이면서 제철음식이고, 좋은 날 떡을 함께 나눠 먹음으로써 좋은 의미를 더 좋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런 의미의 '떡'을 매일 만드는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떡은 내 '사랑'이지요. 내가 손수 만들고, 사랑과 정성을 다해 만드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떡 맛있겠다"고 하면 그냥 안보내요. 꼭 떡 하나 드셔보시라고 하지. 내가 만든 떡, 맛보게 하고 싶고, 그 떡이 얼마나 꿀맛이겠어요? 맛있게 먹는 것 보면 나도 기분 좋지."(차남희)

40년 경력의 차남희 사장이 찜통 위의 떡시루를 살펴보고 있다. / 김용수

"떡은 '자존심'이죠. 자존심을 걸고 만드는 떡이니까. 저희 집은 전통방식으로 일일이 수제로 만드니까."(정해공)

꽃피는 봄인 4월, 동원떡방앗간에도 큰 경사가 있다. 아들네 부부가 오는 4월16일에 결혼식을 올린다. 만난지 8년만의 늦깎이 결혼식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설레고 떨려요.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고 돈도 많이 먹고 싶어요."(찬김동)

아들네 결혼식에 어떤 떡으로 경사를 더 큰 경사로 만들지 어머니네 부부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동원떡방앗간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통방식을 고수해 건강한 재료로 '건강한' 떡을 내놓을 계획이다.

청주 북부시장에서 가장 오래 된 떡집인 '동원떡방앗간'. / 김용수

"소원이요? 아들이 이 가게 물려받아서 이어가는 건데 벌써 소원을 이뤘네요."(차남희)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떡, 청주 북부시장 '동원떡방앗간'에는 오늘도 떡 찌는 냄새가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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