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양동성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지난주는 한낮에 훈훈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연히 기온이 올랐다. 날씨가 풀리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개하면서 본격적인 행락철이 시작된다. 이에 맞추어 국내 242개 지자체도 각각 축제와 행사를 개최하고 손님맞이에 나서게 된다.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설파한 바와 같이 인간은 언제나 떠나기를 갈구하는 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의 속성을 갖고 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에게 소원을 묻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향후 계획을 물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는 대답이 먼저 나온다. 어렵고 힘들었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관광)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소득 탄력성이 높은 상품이다. 따라서 이제 관광업은 전통적인 제조업, 서비스업과 구분되는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관광업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관광업의 직접적인 GDP기여도가 10.2%,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총 23.3%를 차지하며, 고용기여도도 22.6%에 달한다. 말레이시아는 총 GDP기여도 13.5%, 고용기여도 11.8%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GDP 기여도 1.8%, 총 기여도 5.1%에 머물고 있으며 고용기여도도 5.8% 수준에 그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는 관광업이 더욱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러 대책을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도 사활을 걸다 시피 각종 행사를 쏟아내고 있어 무한 경쟁시대에 진입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충북은 어떠할까? 아쉽게도 여행객들은 충북을 찾아와 머물면서 즐기는 지역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스쳐가는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국민여행실태조사'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국민 3,259만명이 1억 1,533만회에 걸쳐 국내 여행을 하면서 총 15조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중 330만명만이 485만회에 걸쳐 충북을 찾아 4,900억원을 소비해 전체 여행객수, 여행참가회수와 지출비용이 각각 10.1%, 4.2%, 3.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9개 광역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문체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한국의 문화관광 100선'에 충북은 2013~14년 6곳, 2015~16년 4곳의 관광지가 이름을 올렸지만 2017~18년에는 속리산 법주사가 제외되고 단양팔경, 청남대, 과산 산막이 옛길 등 단 3곳만 선정됐다. 이렇듯 부진한 통계는 충북이 아직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라는 자산을 충분히 잘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관광업이 앞으로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으로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행히 지난해는 무예마스터쉽, 직지페스티벌, 중국인 유학생페스티벌, 오송뷰티산업엑스포 등 굵직한 행사로 충북을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이 전년에 비해 12.7% 증가하였다고 하니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관광업은 본질적으로 수요자의 기호와 선호에 의존하는 서비스산업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수요를 분석하고 이에 알맞은 상품을 내어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서구권 관광객에게는 물(水)이 인접한 숙소나 방문지가 어필한다. 이들 나라의 여행업체가 소개하는 추천 관광지를 보면 대부분 해안이나, 호수, 강을 끼고 있다. 이들은 하다못해 물이 없는 내륙에서는 인공 연못이나 풀장을 찾는다. 중국계 관광객은 찬물을 먹지 않고 항상 뜨거운 물을 찾으며, 목욕을 자주 하지 않기에 서로의 몸을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반면, 일본인들은 목욕으로 몸을 덥히는 관습이 남아 있다. 국내 관광객은 매스컴이나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언론에 노출된 빈도가 높거나 먹방에 소개되는 맛집 기행이 젋은이들 사이에 트랜드화 되기도 한다.

양동성 본부장

충북도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관광지들이 국문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일목요연하게 친절히 소개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얼마나 수요자들에게 전달되고 어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관광은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산업이다. 또 감성에 호소하는 산업이다. 어떤 스토리로 수요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충주 중앙탑은 신라시대부터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탑돌이를 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고사가 알려진다면 대구 팔공산 갓바위 못지않은 명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바람에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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