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로 1천여평 조성한 장애인·비장애인 만남 '광장' 역할

청주시 서원구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옆에 조성된 빛뜨락 텃밭은 청주시민이면 누구나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참여비는 5만원이다. / 무인 한공사진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하 기자] 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빛뜨락 텃밭 도시농장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복지관은 지역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임대한 용지를 도시 텃밭으로 조성하고 분양에 나섰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 간의 소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한 빛뜨락 텃밭 도시농장은 분양 한달 만인 지난 3일까지 60필지가 전부 분양됐다. 복지관은 이같은 호응에 힘을 얻어 오는 10일까지 추가 분양 신청을 받기로 했다. 복지관은 장애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중물'이라며 '이제는 장애인들도 함께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편집자

"지금까지 텃밭은 장애인들의 심리·정서안정과 생태체험으로 쓰여왔습니다. 그런데 저희들끼리 소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과의 만남입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도시농장이었습니다."

권경미 히야친타 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장과 직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런 구상 을 한 후 텃밭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복지관에는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해본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도 없고, 시설이며 인력, 예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청주시청의 한 공무원에게 '전문가들을 모아 위원회를 만들어 도움을 요청하라'는 조언을 들었지요. 조경전문가와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역임한 퇴직 공무원, 수지공방 운영자, 17전투비행단, 건설기계연합회, 사회운동가, 언론인 등이 참여 했어요. '텃밭 지킴이' 이지요."

청주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김학철 지역사회개발팀장이 빛뜨락 텃밭 운영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김학철 지역사회개발팀장은 '텃밭 지킴이'들의 전문지식을 발휘해 조성과 분양, 홍보까지 빛뜨락 텃밭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경전문가는 복지관에서 텃밭까지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농업기술센터 퇴직자와 17전투비행단, 건설기계연합회는 수로시설을 설치했다. 약 4천900㎡(1천500평)에 달하는 완성된 텃밭은 현재 산책로와 주차장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텃밭 지킴이의 도움으로 텃밭 조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는데 3달도 채 안돼 완료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점차 조성돼가는 텃밭을 보면서도 한편으론 걱정과 우려도 생겼다고 한다.

"기대 반 걱정 반 이었습니다. 저희 복지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과연 도시농장이라는 컨텐츠가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컸습니다. 그런데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연락이 쇄도했고, 처음 계획했던 60필지가 모두 동이 났습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달 10일까지 추가신청을 받기로 했습니다."

빛뜨락 텃밭의 장점은 1필지(약 20㎡, 6평)를 1년 간 임대하는 데 5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상추나 고추, 씨감자 등 기본 모종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여기에 농사 짓는 방법을 모르더라도 텃밭 지킴이들이 직접 가르쳐 줄 예정이다.

특히 빛뜨락 텃밭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간담회는 직접 농사지은 채소들로 삼겹살 파티 등으로 진행된다.

"올해 처음 도전적으로 시도한 빛뜨락 텃밭이 성공하기 위해선 시민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은 빛뜨락 텃밭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접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빛뜨락 텃밭의 한 필지는 6평으로, 참여희망자는 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연락하면 된다.(043-295-2505)


"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매개체"

권경미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장

권경미 히야친타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권 관장은 "농사를 짓고 열매를 맺는 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다"며 "이번 빛뜨락 텃밭이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올해 처음시작되는 빛뜨락 텃밭은 일반 시민과 지역 주민 등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작된다"며 "앞으로 2년 차, 3년 차 장기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관장은 "2년 차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으로 1필지씩 맡아 경작하는 공동농장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3년 차에는 자율적으로 본인들이 함께 경작하고 싶은 사람들과 텃밭을 일구어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권 관장은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방법을 모른다"며 "텃밭을 통해 거둔 농작물들에 대해서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기부할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도시 농장이라고 해서 단순히 임대료를 내고 농사를 짓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든지 빛뜨락 텃밭을 찾아와도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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