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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의 품격은 이제부터 드러난다[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국민들은 패닉에 빠졌다고 했고 한국사회는 '혼수(昏睡)상태'라는 말도 나왔다. 누구는 수술대에 올라야할 '뇌사(腦死)국가'라는 말도 했다. 지난해 10월25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첫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100여 일간 대한민국은 혼돈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카오스(chaos)의 세상이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최순실의 치마폭에 가려진 검은 커넥션으로 변질됐고 국정운영의 컨트롤박스가 돼야할 청와대는 힘을 잃은채 깊은 정적이 흘렀다. 대신 촛불과 태극기로 뒤덮인 광장과 도로가 정치의 주무대가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갈등과 혼돈(混沌)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됐다. 혹독한 추위가 지나가고 따듯한 봄볕이 싱그럽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암울하다. 탄핵이후의 현실이 대한민국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파면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탄핵을 당한 최고권력자의 심정은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할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인공인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탄핵 와중에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를 붙들고 울음을 터뜨리며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라며 부르짖곤 했다고 한다. 그나마 닉슨은 하원에서 탄핵을 결의한 뒤 한달만에 사임하면서 파면은 당하지 않았다. 미국은 닉슨이 백악관을  나오면서 1년간6개월간 지속된 국가적인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탄핵이 아니라도 권력을 잃었을 때 상실감은 엄청날 것이다. 호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줄리아 길러드'는 지난 2013년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을 때 " 주먹으로 때리는 것 같은 그 고통은 너무도 심해서 내장은 물론 말단 신경까지 아플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이후 식물대통령이 되고 마침내 헌재에서 파면당한 박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탄핵은 대통령 개인의 자존심과 고통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방식과 수단이 올바르지 못했다면, 그래서 국가와 국민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혔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르면 된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한민국이 내부적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증유(未曾有)의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복합적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퍼펙트스톰'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배치 결정에 무차별 경제보복을 퍼붓고 있다. '차이나 파워'를 앞세워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윽박지르고 자신들의 억지 주장을 강요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미국 트럼프 정권은 통상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포정치와 핵미사일 실험, 탄도미사일 발사등 북한의 도발은 격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사회 내부의 갈등과 균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법치(法治)는 흔들리고 있다. 촛불부대는 환호하고 태극기 부대는 '나라를 구출하겠다'며 광장과 도로를 점령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나라를 두 동강 낼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 곳곳에 첨예한 대립과 배척이 우리사회를 균열시키고 있다. 법치가 무너지고 민민(民民) 갈등이 폭발하면 국가는 추락한다.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새삼스럽지 않다. 누란(累卵)의 위기 속에서 중심을 잡아야할 정치인들은 유불리(有不利)만 따지며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행태를 보였다. 박 전대통령은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사회에서는 사과해선 안된다. 잘못해도 벼텨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대통령이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자신이 옳다고 해도 진작에 하야하고 국민들에게 통합을 호소했어야 했다. 이것이 국가지도자의 마인드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은 "무조건 승복하라는데 우리가 노예냐"라고 말했다. 헌재 탄핵 이전부터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대선후보들도 지지세력의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길뿐 승복하겠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런 대통령이 국가를 경영했고 이런 대선 후보들 중에서 우리는 대통령감을 골라야 한다. 국가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헌법정신과 국가의 미래가 시험대에 올랐다. 불복(不服)은 사회혼란을 가져오고 국가적인 재앙을 낳는다. 남북대치상황에서 또다시 나라를 두 동강이를 내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해방이후 숫한 고비를 극복하면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번영의 일등공신은 국민이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대통령 파면을 반대하는 국민들도 헌재 판결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국난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岐路)에 서있다. 분열이 아니라 단결이 필요할 때다. 국가와 국민의 품격(品格)은 이제부터 드러난다.

박상준 기자  sjpar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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