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해마다 3월이면 봄의 시작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 입학식이다. 그래선지 두 아들의 입학식 때도 생각나고 얼마 전 신문과 TV 에서 본 두 곳의 입학식이 떠올랐다. 강원도 한 시골의 입학생 이야기다. 전교생은 12명인 이 학교에 한 여자 어린이가 입학을 한 것이다. 얼마나 기쁘고 좋았을까. 언니 오빠들은 입학하는 동생을 위해 하모니카 연주도 해주고 사탕 목걸이도 걸어주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 축하 케이크에 촛불도 끄고...기사를 읽으면서 어디선가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또 하나의 입학식은 충남의 한 섬의 이야기다. 입학식 기념으로 찍은 단체 사진에 자꾸 눈길이 갔다. 학교가 아닌 펜션 앞에서 찍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입학생을 위해 펜션이 한 초등학교의 분교 학습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입학생은 학습장이 생기지 않았다면 배를 타고 힘든 등교를 해야 하거나 부모님과 헤어져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내 아이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낼까? 선생님 말씀은 잘 알아들을까? 학교에 잘 적응할까? 등등 생각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이 입학생은 가족과 함께 집에서 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절실함이 컸을 것이다. 그 마음이 전달된 것인지 학습장을 설치해 준 것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요즘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과 학교의 역할을 생각하면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길이기에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 두 입학식 이야기를 보면서 훈훈하고 꼭 내가 아는 아이들 같아서 한참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한 편의 동화를 읽은 것처럼 마음이 따듯해져왔다. 언젠가 어린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니? 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돈 많이 버는 거요, 란 대답에 씁쓸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고교 2학년 이상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돈'을 꼽았다는 것이 빈 말이 아닌 듯싶다. 각자가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등 모양새가 다 다를 텐데... 어쩌면 어른들은 어떤 하나의 규정된 틀에 은근 슬쩍 아이들을 집에 넣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모도 네모도 동그라미도 그 틀에 들어가면 다 똑 같은 모양으로 되는 것. 마치 꾹꾹 찍어낸 붕어빵처럼 한 모양은 아닐는지.... 그러니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세계 2위지만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 거의 꼴찌다.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오래 전 입학식때 가슴에 달았던 손수건도 떠오르고 병아리처럼 줄줄줄 선생님을 따라 교실 설명과 화장실 설명 듣던 때가 떠오른다. 받아쓰기 백점 맞은 시험지의 붉은 색 동그라미 물결도 생각나고. 친구랑 그 동그라미가 개수를 세며 집에 가던 길 왜 그리 집은 멀게 느껴지던지. 어머니는 긴 대못에 그런 시험지를 척척 끼워 놓으시고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고 어린이들 또한 학원에 바쁘게 다니다 보니 제대로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방학에는 여러 군데 학원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족' 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곧 여기저기서 봄꽃이 피어날 것이다. 부디 우리 어린이들이 봄꽃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럼 행복지수 또한 높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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