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공통DNA 녹아있는 국악은 어느 음악보다 우수"

무대위 악기별 마이크·전자기기 없애고
100% '민낯공연'으로 국악의 품격 홍보


올해 '국악 아카데미'·'토크 콘서트' 신설
그 열정과 열심에 매료…팬클럽까지 등장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지난해 3월 취임후 공연 무대에서 악기별 마이크와 전자음악기기를 모두 걷어내는 '민낯공연'을 통해 우리 국악이 가진 가치를 재조명해 나가고 있는 조정수 청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 "국악관현악을 통한 21세기 한국음악의 방향 제시"를 부르짖고 있는 그가 올해는 '시민들과의 국악 스킨십'에 나섰다.


3월부터 신설한 2개의 프로그램인 '국악 어떻게 들을 것인가' 국악이 있는 공연예술 객석 아카데미와 '국악을 타고 토크콘서트'로 분주한 봄을 보내고 있는 그를 9일 만났다.

합주 연습을 막 끝내고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실로 올라온 그는 벌여놓은 일들로 정신이 없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꽂혀있을 때 뿜어져 나오는 기분좋은 생기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 첫 시도한 국악 객석 아카데미 '좋은 출발'

"다행히도 생각대로 잘 되고 있고 많은 열매들이 맺히고 있습니다. 음... '국악 어떻게 들을 것인가' 공연예술 객석 아카데미는 우리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생활해야 하는 '상식적인 나' 외에 '실존해 있는 나만의 방을 키워나가는 행복'에 대해 말하기 위한 인문학 강좌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하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자기만의 방을 확장해 가듯이 공연문화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 그것을 통해 내가 좀 더 교양적 자세를 갖추고 좀 더 근사해지는 길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가 올해 의욕적으로 개설한 '국악 객석 아카데미'는 3월 7일, 14일, 21일, 30일 4차례에 걸쳐 오전 11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첫 강의에는 60여명이 참석했고, 연주회 때는 할 수 없는 국악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조 지휘자는 베토벤, 바그너, 말러, 브람스도 좋지만, 우리 안에 공통DNA로 녹아있는 흥의 음악, 신명의 음악인 국악이 주는 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만족에 대해 이야기 했고, 몇몇 관객들은 그의 진심어린 강의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도 들린다.

"너무 과분하고 감사하죠. 제 마음 속에 들어있는, 어느 음악보다도 품위가 있고 우수한 우리 음악에 대한 사랑과 그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는데, 그 마음이 객석까지 전해졌나봐요. 그 격려로 인해 새로운 시도에 대한 희망과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객석 아카데미는 일단 시민 여러분과 만나서 음악과 인문학에 대한 담론을 시작해보자는 의미였다"는 그는 4회 강연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더 계획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국악강연을 펼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 토크형식 국악콘서트 '탁오 음악회' 신설도

올해 그의 또하나의 시도는 '청주시립국악단 특별기획공연 탁오음악회'다. '탁오(卓午)'는 '정오'의 순우리말로, '국악을 타고(탁오) 토크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상반기 3번, 하반기 3번 펼쳐진다. 토크형식인 이 무대에서는 정기연주회에서는 하지않는 퓨전국악이 선을 보인다.

조 지휘자가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떠한 장치도 없는 국악기별 한 소리, 한 소리의 결합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는 "아, 이게 우리 소리구나", "우리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하는 한국음악의 재발견 기회를 만들어주고, 단원들에게는 튼튼하고 건강한 자기 소리를 확인해 진정한 연주자로 거듭나는 성취와 보람을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탁오음악회'는 정기연주회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우리 가락 좋을시고, ▷추억의 스타와 함께, ▷스페셜 스테이지. ▷국악 관현악 등 4가지의 콘텐츠로 무대를 구성한다.

첫 무대인 3월 16일 '얼쑤 풍류'에서는 대금, 피리, 해금 등 관악기가 중심이 돼 연희 등에서 자주 연주되는 '대풍류'와 피리의 굵고 묵직한 음색이 느림과 만나 조화를 이루는 '상령산'을 들려준다. 또 국악관현악에 맞춰 가수 이진관이 '오늘처럼', '인생 뭐 있어', '인생은 미완성'을 노래하고, 자연의 생명력을 찬미하는 관현악 '춘무'를 청주시립무용단과 함께 선보인다. 이후 탁오음악회는 4월 20일 '봄의 찬가'로, 5월 18일 '태교음악회'로 마련된다.

◆ 6월 1일 180명 출연 대작 '어부사시사' 무대에

오는 6월 1일 무대에 올릴 '어부사시사' .

이와 함께 "때론 강요하고 때론 계몽적이며, 국악스타에 의존하는 무대를 과감하게 탈피해 21세기 한국음악의 방향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오는 6월 1일 총 180여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작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국악단 50여명, 관현악단 30여명, 합창단 100여명이 함께 서는 이번 무대는 청주뿐 아니라 한국에서 화제를 모을 무대라고 자평하는 그는 배 위에서 사계절을 노래한 '어부사시사'를 통해 베토벤의 '합창' 같은, 또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와 같은 감동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런 열정과 각오를 보여주듯 지휘자실 테이블 위에 있는 어부사시사 악보집에는 "어떤 음악에서도 느끼지 못한 청주시립국악단만의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감동이상의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어부사시사는 1시간 20분의 엄청난 스케일의 무대입니다. 동양화처럼 섬세한 한국적 이미지를, 또 지루할 것 같지만 정말 다양한, 그리고 우리 음악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을 위해 단원들과 지난 2월부터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무대는 우리 국악단에게도 엄청나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가 이번 무대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취임이후, 아니 남들이 걸지않은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독학으로 한양대 음대를 입학하고, 또 다른 목마름으로 프랑스로 유학을 가고, 작곡을 공부하고 지휘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걸게 된 '우리의 근본이고 힘의 원천인 국악에 대한 우수성'이다.

이러한 그의 열정과 진심은 청주에서도 통해 청주예술의전당 인근 순두부집 대표인 두 자매를 중심으로 오는 3월 14일 '조정수 팬 클럽'을 창단한다. '조정수'라는 보라색 네임판을 들고 매회 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현재 1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공연 때마다 객석에서 그를 응원하고 그의 소망처럼 우리 국악에 대한 우수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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