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월 27일 개최된 대한변호사협회 정기총회에서는 대한변협 70여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변호사업계의 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제49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현 신임 회장이 이날 취임을 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자 하였으나 회원들의 분란으로 회의가 무산되어 집행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그동안 대한변협의 부회장과 상임이사 등의 집행부는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추천한 사람들을 총회에서 박수로 추인하여 선임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의 집행부 구성안과 선임방식에 대해서는 다수의 대의원들이 반대하여 무산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사태의 발생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포함한 일단의 대의원들이 신임 회장이 추천한 임원 후보 가운데 그동안 로스쿨에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공정한 집행부 운영이 곤란하게 될 것이며, 또한 주요 임원 선임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해오던 거수나 박수로 하기 보다는 회칙에 따라 민주적인 토의와 표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회의가 파행되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그동안 법조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둘러싸고 예상되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한변협을 비롯한 일부 변호사단체에서는 그동안 사법시험 출신자와 변호사시험 출신자들 간에 서로를 배척하고 대립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어 왔다. 특히, 사법시험 존치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이 서로 세를 과시하면서 위험수위를 넘는 갈등과 대립을 보여 왔다. 같은 변호사지만 출신에 따라 서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와 같은 사단의 시작은 일부 사시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사단체장 선거과정에서 사시존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로스쿨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비방하면서부터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사실 그동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같은 변호사단체의 일원이자 후배법조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일관해온 일부 사시출신 선배법조인들의 협량한 태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법조사회는 장년 변호사와 청년 변호사, 사시출신 변호사와 변시 출신 변호사들 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원 선임 안을 다시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신임 회장의 호소문에 대응하여 반대 측에서는 청년 변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도출된 개혁안을 수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3월 7일 다시 소집된 임시총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집행부 구성 문제가 일단락되기는 하였으나 회의진행 절차와 방식을 둘러싼 이의제기로 인하여 분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변협이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해오던 협회운영방식을 그 위상에 걸맞게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법조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이번 일을 계기로 법조사회가 더욱 대동단결하여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다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닐 것이다.

변호사협회는 변호사들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단체로서 그 운영에 관하여 외부인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국민들의 인권옹호를 기본적 사명으로 하는 공익단체인 변호사협회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막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조직과 운영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법률시장 개방 등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민에 대한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조사회의 민주적 혁신과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유사직역 문제 등 법조사회를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필자는 장래의 변호사를 양성하는 로스쿨 교수로서 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법조사회가 그동안의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조속히 통합과 상생발전의 길로 나가기를 기대한다.

윤종민 교수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앞으로 변호사단체의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과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 때 서운하고 억울했던 일이 있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화합하고 융합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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