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볶으니 '활기찬 농촌' 냄새 솔솔
참깨, 들깨 키워 기름짜고 도시 소비처 뚫어
도농교류 확대 새시장 개척으로 '희망 씨앗'

로컬푸드 직매장에 전시된 '깨가 쏟아지는 마을' 제품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고소한 참기름, 들기름 냄새는 입맛을 다시게 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 넉넉하고 푸근한 시골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곤 한다. 이런 참기름, 들기름을 일년 내내 만들면서 '깨가 쏟아지는 마을'을 꿈꾸는 젊은 농부가 있다.

괴산군 사리면 소매리에 사는 김용자(45)씨는 자신도 1천500여평의 밭에 깨를 재배하는 농업인이면서 마을기업 '깨가 쏟아지는 마을(깨마을)' 영농조합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2012년 국산깨 가공판매사업으로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공모에 선정돼 백마권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깨마을 조합은 농업인 김 대표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도시로 유학을 떠난 뒤 15년여의 객지생활을 마감하고 자신이 태어나 어릴 적 생활하던 고향마을로 돌아와 둥지를 틀고 농사를 짓는 그는 스스로 '귀향·귀농·귀촌인'이라고 칭한다.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지난 2010년 고향으로 돌아와 깨를 재배하는 농사꾼이 되기까지 많은 고심과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도시와 농촌의 공생, 신바람 나는 농사, 중개인만 배 불리는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 등을 고민하던 그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사업본부에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U턴'을 준비한다.

지난 2007년부터 2년여간 향토산업 육성에 대한 일을 하면서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심고, 기르고, 먹는 깨에 주목하게 된다.

지금도 참깨기름, 들깨기름 등 깨를 주력상품으로 내놓는 마을기업은 전국적으로 '깨마을'이 유일하다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만큼 흔하고, 일상적으로 생산·소비되고 깨를 작목으로 선택한 것은 작황에 따라 값이 들쭉날쭉해 유통마진이 크고 고향마을에서만 발품을 팔아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업적 판단도 한몫했다.

더구나 농약과 비료가 필요없는 농산물이다보니 친환경 농업을 실천할 수 있고 가공·정제 과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에서 귀농 작물로 제격이었다.

현재 김 대표가 이끄는 '깨마을' 조합에는 백마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인근 백마권역 3개리, 9개마을 20여 농가가 동참하고 있다.

이들 농가 등으로부터 수매하는 깨는 1년에 약 1톤가량으로 김 대표가 마을을 돌며 수집상인보다 좋은 가격에 직접 수매해 마을 어르신들의 지지와 성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렇게 거둬들인 깨는 저온저장고에 보관돼 판매에 맞춰 그때그때 연중으로 조금씩 생산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는 전통착유방식으로 만든 참깨기름, 들깨기름과 볶음참깨, 들깨가루 등이 있고 대학찰옥수수와 단호박은 계절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동네 기름집도 믿을 수 없다는 국산 참기름, 들기름을 '깨마을'은 상표로, 상품으로, 지역으로 확인시켜주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의 주요 소비처는 증평에 있는 로컬푸드매장과 서울서 열리는 직거래 농부시장, 선물용으로 사가는 지역공기업·향토기업 등이다.

한여름과 한겨울을 빼고 연중 열리는 농부시장은 한달에 한두번 올라가는 정도지만 수익은 가장 쏠쏠하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깨 수확이후 가공, 유통, 판매 등의 모든 과정을 사실상 김 대표 혼자 도맡다보니 수매도, 판매도 더 늘리기 어렵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이러한 고민을 풀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된 소비자를 찾아오게 만드는 농부시장 '문전성시'가 바로 그것이다.

문전성시는 소비자를 찾아가는 '움직이는 농부시장'을 그리던 가운데 먼저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직거래장터를 소비자들이 사는 주변에 열어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사업이다.

지역농가들이 자체 생산한 제철 농산물과 1차 가공식품 등을 내다파는 문전성시는 4~11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5시까지 괴산군민가마솥 앞마당에서 열린다.

그녀가 깨를 작목으로 선택한 것은 친환경 농업을 실천할 수 있고 가공·정제 과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에서 귀농 작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깨가 쏙아지는 마을' 제품

첫해인 지난해에는 20여농가의 참여속에 팔리는 양도 얼마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여름철 야간시장을 준비하는 등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참가 농가수나 판매금액에서 욕심을 내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농부시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은 김 대표에게는 마을에서 풀어나갈 다른 목표도 있다.

마을 한쪽에 깨마을 농가 레스토랑과 깨마을 흙집 등 자신이 살고 있는 백마권 주민들이 함께하면서 도시민들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을 꾸려보는 것이다.


깨마을에 이같은 시설들이 들어선다면 다양한 작목을 조금씩 재배하는 보통의 농촌마을들이 희망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시험지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도전의 밑바탕에는 7년째 마을 주민들과 함께 깨 농사를 짓고, 수매해서 기름짜고 팔며 구축한 마을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함께하는 이웃 주민 모두의 신뢰속에 느리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내실을 다지고 있는 '깨마을' 조합은 단순한 영농조합에서 벗어나 '땅심있는 밭에서 건강한 식탁까지'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활기찬 농촌을 만드는 첨병이 되고 있다.

기름으로 만들기전 깨를 살펴보는 김용자 대표 그녀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농사꾼 김용자'를 설명한다.

"농촌에서 작은 희망을 찾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다"는 김 대표는 "변화하는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농사꾼 김용자'를 설명했다.

취재 말미에 김 대표는 '깨마을'을 알려주는 것보다 자신이 만들고 다시 주장을 맡은 여자야구단 '블랙캣츠'를 홍보해 달라는 색다른 주문을 했다.

시골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에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이면서도, 야구동호인으로 충북 유일의 여자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를 보면서 우리 생활속에 도시와 농촌이 함께할 수 있는 교류의 공간과 기회가 얼마든지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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