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얼마전 국민들의 정서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현상들이 잇따르면서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집단우울증'으로 진단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나라의 중심축이 무력화되면서 경제불안도 심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경제현실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삶의 질은 후퇴하고 있다는 적색신호등이 깜빡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실업률과 '국민 삶 종합지수'는 우리사회의 우울한 현실을 디테일하게 보여주었다. 각종 통계는 최악과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역대급이다. 우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실업률은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는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올라섰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가 계속되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도 8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다른 달과 비교해도 외환위기 때인 1999년 6∼8월 이래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실업자는 고용시장의 중심축인 40대와 50대는 감소했지만 30대 젊은층과 60세이상 노인층을 중심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일자리의 질도 낮아 졌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약한 자영업 쪽으로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자영업자들도 모진 한파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생활난 때문에 행복지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9% 늘어났지만, 국민 삶의 질은 12% 개선되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이 곧바로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커 녕 영역에 따라서는 오히려 후퇴했다. 특히 고용·임금, 주거, 건강 영역은 개선 속도가 더뎠고, 가족·공동체 영역은 삶의 질이 낮아졌다. 한부모 가구 비율(8.8→9.5%), 독거노인 비율(18.1→20.8%), 자살률(21.8→26.5%) 등이 대폭 악화됐고, 가족관계 만족도 떨어졌다.

세계은행(WB) 누리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였다.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순위는 2000년대 초반 11~12위를 맴돌다가 2005년에 10위까지 상승했으나, 그 이후부터 내리막을 탔다가 다시 만회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등이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경제전망은 어둡다. 여기에 차기 대선주자들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경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이 과연 고용환경을 개선시킬지 의문이다. 삶의 질은 국민행복과 직결된다. 국민들은 대선후보들의 화려한 말잔치대신 삶의 질을 높히고 그래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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