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20. 간판계 산증인 '청주미술사' 이두성 사장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청주미술사' 이두성 대표는 간판을 비롯한 옥외 광고물, 현수막, 팸플릿 등을 제작하며 40년 외길인생을 달려왔다./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어릴 적 꿈이 화가였던 간판쟁이, 일흔의 나이가 되어 다시 그 '꿈'을 꺼냈다.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청주미술사' 이두성(72) 사장은 바쁜 업무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붓을 잡는다.

"간판·광고가 미술하고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간판에는 기본적으로 미술이 녹아있기 때문에 예술적 감각이 없으면 간판이든 광고든 할 수가 없어요."

간판·옥외광고 경력 40년의 이두성 사장, 그는 2년 전부터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작품은 수준급이다. 청주서예협회 회원, 한국예술문화협회 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단재전국서예대전 특선(2016년), 대한민국 기로 미술대전 동상(2016년), 충북서예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다. 2~3년 안에 개인전을 가질 계획에 준비중이다.

청주출신의 '홍익대 미술학 박사 국내 1호'인 김재관 전 청주대 교수와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그림을 그렸던 '그림친구'다.

"대학에 가서 화가의 꿈을 이루고 싶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꿈을 접었고, 꿈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거지. 늦게나마 그림을 그리니까 다행이지요."

이 사장은 '과거를 되살리는 그림', '지난날의 우리 삶을 담아내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청주미술사' 이두성 사장의 또 다른 '명함'은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다. 이 사장은 바쁜 업무를 벗어나 수시로 그림을 그리면서 어릴 적 꿈을 되찾고 있다./김용수

가게이름에 '간판'이 아닌 '미술'이 들어간 점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랑 큰아버지가 화가였어요. 인물화가요. 그래서 나는 그림은 안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충북도청에 공무원으로 들어간건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손재주가 있었던 거죠."

이 사장의 아버지는 청주시내 성안길(옛 본정통)에서 '청주미술원'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했었다. 아버지의 '청주미술원'의 뜻을 이어받아 '청주미술사'로 가게 이름을 정한 것이다.

그는 간판·옥외광고 일을 하기 전에 충북도청 공무원이었다. 71년 5월 임용돼 7~8년간 근무했었다.

"도청 기획실에 근무할 때 전지에 글씨 쓰고 차트 그려서 보고를 했었는데 그 글 쓰는 작업을 제가 했었거든요. 도지사 앞에서 시·군 사업을 보고하는데 다들 잘했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공무원 그만두고 간판가게를 차렸는데 시·군에서 글씨 써달라고 찾아오더라고요. 내 글씨랑 그림은 그 때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40년 경력의 '청주미술사' 이두성 사장은 아내 변정자씨와 함께 일한다. 부부가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한 현수막 도안을 살펴보고 있다./김용수

간판·옥외광고 40년 경력, 그는 청주 업체중 최고령자다. 그가 만든 간판도 적지 않다.

제천~단양 중앙고속도로에 세워져있는 지자체 야립간판, 청주국제공항에 세워져있는 '충청북도 관광 안내도', 서청주IC 입구의 충북도 관광홍보판, 지금은 없어진 청주IC 입구의 충북도 관광홍보판, 추풍령고개의 관광홍보판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들이다. 청주의 '도성' 한정식집 간판도 이 사장이 직접 글씨를 써서 제작한 간판이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하게 해준 건 '성취감'이에요.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내가 간판 하나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커요. 일은 고되도 일하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

플랙스 간판 하나를 만드는데에만 한칸 짜리 가게 기준 최소 2~3일이 꼬박 걸렸단다. 도로변에 설치되는 야립간판은 한두달씩 걸렸단다. 사이즈 측정부터 디자인, 간판 재단, 전기작업, 설치 등 모두 그의 몫이었다.

"젊어서는 정말 밤을 많이 새워서 일했어요. 일이 많기도 했고, 손으로 하다 보니 오래 걸리기도 했고… "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한 눈을 팔 수도 없다.

"간판 설치작업이 가장 어렵지. 고공작업을 해야 하니까 긴장하게 되고. 안전을 소홀히하는 순간 사고가 나니까."

 

'청주미술사' 이두성 사장의 또 다른 '명함'은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다. 이 사장은 바쁜 업무를 벗어나 수시로 그림을 그리면서 어릴 적 꿈을 되찾고 있다./김용수

2012년 7월 문경새재 인근 고속도로 야립간판을 수리하러 갔다가 벌집속 벌떼들의 공격을 받아 7m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가 부러진 아픔이 있다.

"머리부터 떨어졌으면 저는 죽었을 거에요. 한달간 병원에 입원하고, 장애등급 6급을 받았죠. 죽다 살아난 이후부터는 '안전'을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

한 때 직원을 7~8명까지 뒀지만, 지금은 아내 변정자(68)씨를 포함해 4명이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수작업으로 하던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면서 일손을 줄이는 게 불가피했다.

10년 전부터는 아들이 일손을 보태고 있어 이후에는 아들에게 '청주미술사'를 물려줄 생각이다.

'청주미술사' 이두성 사장이 실사기에서 출력되는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김용수

이 사장은 홍보가 중요한 요즘 시대에 간판·옥외광고업계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옛날에는 형광등을 사용하는 플랙스간판이 인기였어요. 글씨며 간판 화면이며 큼직큼직한 것을 선호했죠. 그런데 친환경이 아니라는 이유로 없어지기 시작했고 LED가 절전형이고 반영구적이라고 강조되면서 인기에요. 디자인은 단순해지는 추세에요."

그러면서 지자체 현수막 이외의 현수막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하는 '현수막 규정'이 간판업체들을 옥죄고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지자체 현수막만 걸게 하는 '현수막 규정' 때문에 매출이 많이 줄었지. 지자체, 국가만 인정하고 개인은 인정 안하는 건 모순 아닌가요? 지자체 현수막은 미관을 안 해치나요?"

인생이든 일이든 성공과 실패로 판단하는 것은 싫다고, 그저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삶의 정답이라고 고희인생을 산 그는 조언한다.

청주시 상당구 서운동 성안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청주미술사' 전경.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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