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세] ⑥ 청주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국립암센터에서 지정한 충북지역 호스피스 병동은 충북대병원과 청주의료원 두 곳이 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환자들이 살아온 날을 아름답고 평안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의료적 케어와 정서적 치유를 담당한다. 고령화와 각종 질병의 증가 속에서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웰 다잉 문화가 확산되자 호스피스병동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웰 다잉을 돕는 청주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다. / 편집자


짧으면 하루 길면 3개월

그동안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말기 암 환자들은 길어도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짧게는 하루.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죽음의 막다른 골목에서 깊은 슬픔과 두려움을 안고 가족을 떠나보냈다.

간호사들은 이 과정을 숱하게 지켜봐야 했다. 조금 더 평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는 없을까? 자문하고 제안했지만 임종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너무나 서툴기만 했다.

"친정아버지를 바로 이곳에서 보내드렸어요. 당시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아니었지만 매일 병실을 마주하다보니 아버지 모습이 계속 떠올라 힘드네요. 많은 보호자들이 임종 준비를 하지 못하고 가족과 이별합니다. 그런 뒤에 후회를 하죠. 호스피스 병동은 때늦은 후회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35년 경력의 수간호사 김명순(54)씨는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개월 이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들만 가는 곳,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전이된 최악의 몸 상태, 누군가는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죽음을 당하러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들과 사회복지사는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꺼내놓는다.

짧으면 하루, 길면 3개월이라는 시간은 두려움의 시간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걱정말아요, 사랑해요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의료적인 케어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가족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 김용수

호스피스 병동에선 나이가 의미가 없다. 백혈병과 싸웠던 어린 아이부터 가족들 몰래 항암치료를 받다가 끝내 어머니를 울려버린 30대 청년, 남편과 아들을 남겨놓고 떠나야 했던 40대 가정주부, 정년을 앞두고 대장암 판정을 받은 50대 공무원, 70대 이상의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병동을 찾았다.

"성실한 직장인이었던 40대 청년은 암이 온 몸에 전이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들에게 만찬을 대접했다고 해요. 좋은 음식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우리 병동에 입원했죠. 정말 담대했고 밝았고 친구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혼자 우는 시간이 많았죠. 그래도 어머니 앞에서는 절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호스피스병동에서 3년을 근무한 권오연(48) 간호사는 환자 못지않게 가족들에 대한 케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지 못한다. 이유는 고통을 안겨주기 싫어서라고 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두려움이 밀려오겠죠. 지켜보는 저희도 힘든데 당사자와 가족들은 어떻겠어요."

사회복지사 전다영(27)씨 역시 말기 암 환자 못지않게 가족 치유가 호스피스 병동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많은 환자들이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족들을 병실에서 내보내고 저와 상담을 하곤 합니다."

간병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은 환자와 보호자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럴 때일수록 사랑의 언어를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임종을 앞둔 많은 분들이 조금 더 잘 해줄 걸, 조금 더 신경 쓸 걸 하면서 후회를 하세요. 슬퍼서 우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럴 땐 다 듣고 계시니까 지금은 좋은 말만 해드리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열려 있는 감각이 청각이거든요. "걱정 말아요, 사랑해요"라는 말을 주로 권해드립니다."


유언장을 써본다는 것은

청주의료원 7층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다. 말기 암 환자들이 입원한 이곳에선 환자들이 남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호자는 평안하게 가족을 떠나보낼 수 있도록 웰 다잉을 돕는다. / 김용수

"병원에서 통증캠페인을 열면 내원 고객이나 환자들에게 유언장을 써보라고 합니다. 웰 다잉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알아보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빼곡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써내려갑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되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게 되지요."

전다영 사회복지사는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을 하지만 바로 닥칠 일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건강검진 결과 정밀검사 필요성을 조언 받았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암이 전이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젊은 분들 중에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을 때 건강을 자신해 치료할 수 있는 때를 놓치는 거죠."

김명순 수간호사는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같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는 환자도 보호자도 서로에게 힘을 보태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료원 7층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다. 말기 암 환자들이 입원한 이곳에선 환자들이 남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호자는 평안하게 가족을 떠나보낼 수 있도록 웰 다잉을 돕는다. / 김용수

"간호간병을 병원이 담당하고 보호자들은 환자와 평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병원에서는 수가가 맞지 않다보니 적자를 감수하면서 도입을 하지 못하고 있죠. 웰 다잉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은 꼭 도입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단 하루 남았다면 어떻게 삶을 마무리해야 할까.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지만 그 때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은 말한다.

"어느 날 도둑처럼 찾아온 질병 앞에서 죽음을 당하지는 말기를, 오늘은 누군가 간절히 살고 싶었던 내일일 수도 있음을…기억하세요. 죽음은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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