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세상엔 알게 모르게 속고 사는 일이 참 많다. 가깝게는 가족과 친구로부터 멀게는 아무 관계도 없는 우주미아에게 가진 것 다 주고도 모자라 빚을 얻어다 바치기도 한다. 그렇게 속고, 손해 보니 패가망신에 풍산이다. 나와 우리가 저지른 일이니 수원수구도 못하고 속만 끓이다 세상 떠난다.

어쩔 수 없이 선의로 거짓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그 스트레스의 상당한 충격파로 공포와 불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투를 벌이니 남을 속이는 짓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속은 것을 영원히 모르고 지낼 수도 있겠지만, 일을 그르쳐 마음 상한 것 또한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으로 남는다. 어부가 물에 빠지고, 포수가 총에 맞으며, 약빠른 고양이가 밤눈을 못보고,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첨단에선 귀재가 둔재에 속으니 귀신이 곡을 한단다. 무한능력의 과신 탓에 자신이 당했으니 치유할 약도 위로할 말도 사라진다.

경영주로 모신다며 피땀으로 모은 재산 다 훑어간 친구, 글로벌로 세 겹 네 겹 결혼 약속하며 무겁게 몸값 챙겨간 국제결혼 사기한, 난치환자의 목숨까지 걸게 하는 미숫가루 만병통치약, 전사한 아들을 찾아 해외에서 만나게 해준다며 위험천만 고액수당 입금 확인하는 유령의 예금주도 글로벌의 한통속이다. 속은 이는 은혜 갚는다며 베푼 이에 차원 높여 사기보시 대응하니 먹이사슬이 지구촌을 뒤덮는다. 반성재기 인성은 포기한지 오래되어 싹도 안보이고, 눈 뒤집혀 찾는 건 손 안대고 코풀 일뿐이니 발붙일 곳 없어져 사기와 의식 잃어 빈손으로 돌아간다. 거짓말과 아류이니 속이는 일의 끝장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는 동서양이 다름없다. 공짜로 얻은 것(遊手徒食)들 제자리 아닌 줄 알고 소리 없이 사라짐도 세 살짜리 셈수인데, 철들면서 눈독 들여 마음 써 터득한 게 고작 사기의 원리라니 그 환경 알만하고 그 부모 볼만하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은 부모라는 말을 한번만 곱씹었어도 그런 비극은 면했으리라.

우리나라를 두고 나라안팎에선 새로움에 굶주린 나라라고 한다. 그렇게 변화의 속도가 조개모변하니 속임과 사기의 기법도 지하철 앞뒤 칸이 다르게 활용되어 승객들은 그것이 새로운 정답으로 착각하고 맹종한다. 산수겸장의 백전노장이 풋내기에 넘어가니 세월도 새로움 찾아 내닫는다. 많이 배워 똑똑하다는 이들도 그 시류에 실려 상종하고 있으니 뉘를 탓하겠는가.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이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서 공중도덕을 새로 배운다. 아비는 자식한테 정직하게 살라는 훈고를 듣고, 어미는 미숙아에게서 질서 좀 잘 지키라고 핀잔을 먹는데, 손녀는 할미에게 제발 거짓말 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맑고 밝은 아이들의 눈빛 따라 바른 길 바르게 걸어보자. 사람은 어려선 부모를 따르고, 나이 먹어선 자식을 따르란 말이 바로 아직도 세상 철이 덜든 기성세대를 겨냥한 좋은 말임을 명심하고 실천에 옮겼으면 좋겠다. 사람 만드는 넓은 학습장인 사회엔 어른다운 어른이 없어 본 볼 사람도 없다고 불만인데, 지도층의 부정비리 구석구석에 난무하고 쉴 틈 없는 비리폭로에 청렴사회는 해마다 원년으로 시작만 하니 그 끝은 언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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