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린 세상은 온통 은빛이다 맵찬 바람은 막을 수 있는 오리털 파카를 입고서 밖에 나가 설경을 보려고 신탄진행 버스를 탔다.
 양촌리 입구에서 내려 바라본 고향 마을은 길을 넓히고 새 건물이 들어와 있어 많이도 변한 모습이다. 마을길을 따라 산마루에 이르니 소나뭇가지엔 하얀 눈꽃이 피고 어릴 적부터 보던 참나무가 거목이 되어 나를 반긴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집 앞에 지나다가 발길이 멈칫, 바라보는 울타리엔 한 마리의 새가 쓸쓸히 날 뿐이다.
 그 옛날 삭정이 울타리에 참새떼가 우르르 몰려와 조잘대던 그 소리가 지금에도 들려 오는듯, 새를 잡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눈이 내리던 날, 옆집 사랑방에 나가 어른들이 짚으로 만든 새차구를 보며 나도 따라 만들고는 발길 닿는 대로 쏘다녔다. 짚둥우리나 울타리, 실개천에서 잡던 그때는 새를 잡아도 별 문제가 없었나 보다.
 요즘 전답에 농약을 마구 사용, 들판에 있는 먹이가 없어지고 새들의 잠자리가 되던 초가지붕도 헐리었으니 새들은 어디로 갔나, 바라보는 하늘엔 그 옛날에 자주 보던 기러기가 날지 않고 있으니 지금은 어느 곳에서 릫기럭기럭릮 하며 날고 있을까!
 산엘 가면 지푸라기를 물어다가 집을 짓고 사는 멧새가 많았는데 가끔 여길 와도 눈에 띄질 않는다. 울창한 숲 속에서 송곳처럼 길쭉한 부리로 나무를 쪼던 딱따구리는 어딜 갔을까!
 발길을 옮겨 논을 바라보니 풍성하게 물결치던 결실들은 모두 내어주고 눈에 묻힌 대지는 벼포기만이 듬성듬성 보인다. 고목이 되어 눈두렁에 서있는 버드나무는 애찬한 그리움으로 번져온다.
  무더운 여름, 논에서 김을 매던 날 땀투성이가 되어 옷을 적시고 나무 그늘 밑에서 쉴 때면, 뜸북뜸북 울던 뜸부기는 오지 않고 바다같이 푸르게 넘실대던 들판에서 모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먹이를 쪼며 엉금엉금 기던 황새도 보이지 않는다.
 그 옛날과 같이 맑은 시냇물 소리가 들리고 논에서 꿈틀대는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만든다면 멀리 떠난 새들이 찾아오리란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왔다. / 청주 사랑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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