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22일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방문 사업'으로 7년 만에 친정집을 방문한 이예은씨와 아들 김태영군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씨의 외할머니인 응웬티탄씨는 "손녀가 망고를 잘 먹었다"며 손수 자른 망고와 바나나를 입에 넣어주며 그간의 그리움을 달랬다./신동빈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꿈만같아요…감사합니다."

수 년전 남편을 여읜 이예은(35·여)씨는 이번 베트남 방문이 7년만에 고향방문이다. 그녀는 6년전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소식에 남겨진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가장이 됐다. 가장으로써 생계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친정방문은 차일피일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희생해온 그녀의 삶에 보답하듯 7년만에 고향길에 올랐다.

그녀는 11살배기 아들과 함께 양손 가득 친정부모님께 전달할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왔다. 오랜기간 고향 방문을 하지 않은 탓에 낮선 모습이었지만 이내 멀리서 다가오는 친정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녀가 부모님께 하고싶었던 말은 수십마디, 그러나 꼭 잡은 두손으로 그간 살아온 세월을 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22일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두 번째 방문가족인 최명길·응웬티투짱 부부가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신동빈


"아버지, 어머니 보고싶었어요. 동생들 잘있었니? 많이 컷구나. 조금더 늦기전에 집에 돌아온 것이 꿈만 같아요. 매일밤 꿈꾸던 어머니의 따뜻한 음식과 아버지의 미소가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그녀의 아들인 김태영군은 이곳이 낮설다. 그는 너무 어린나이에 어머니의 고향에 왔었기 때문에 기억속에 없다. 가끔 영상통화를 해왔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실제로 보니 낮설기만 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사랑스러웠는지 가족 모두가 김군을 꼭 안아줬다.

이들은 곧 고향집으로 향했다. 수 년간의 공백에도 과거 그녀의 방이었던 곳은 그대로였다. 방에서는 그녀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녀는 곧 감상에 빠졌다. "이번 고향방문으로 다시한번 가족애를 느꼈습니다. 짧은 기간이겠지만 한국에서의 추억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하겠습니다. 꿈만같은 시간이 금방 지나갈까 무섭네요."

공항에서 30여분 내외에 위치한 응웬티투짱(33·여)씨의 고향집은 잔치분위기다. 오랜만에 친정에 방문한 딸 내외를 반기기 위해 친정 가족이 모두 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걱정됐던 '어머니 투병' 소식은 다행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응웬티투짱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22일 바르게살기충북협의회 회원들이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두 번째 방문가족인 응웬티투짱씨 친정집을 방문한 가운데 사위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잔치음식들이 손님을 반기고 있다./신동빈

"어머니는 제가 한국으로 시집오기전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최근 병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다행히 건강을 되찾으셔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친정 가족들은 오랜만에 솜씨를 뽐내 먼길을 달려온 한국 사위에게 식탁이 모자랄 정도의 음식을 차려놓았다. 이 같은 친정 가족들의 정성에 남편인 최명길(51)씨도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베트남 음식들을 한접시 씩 비워가기 시작했다. 덩달아 아들인 최한성(7)군과 최진성(5)군은 한국에서 구경하지 못한 신기한 음식들에 '우와', '이게 뭐에요', '맛있다' 등의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들에게도 행복한 10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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