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충주시의회 임시회 / 뉴시스

지방의원이라는 우월적인지위를 이용해 공무원에게 공사를 몰아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갑질'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충주시의회 모 의원이 특정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데 이어 최근엔 청주시 모의원의 남편이 50여건이 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풀뿌리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의원들의 후진적인 행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염불 보다는 잿밥에 눈이 먼 지방의원들의 행태로 지방의회가 '로비창구'라는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모 청주시의원의 남편이 대표인 아스콘포장전문업체가 청주시와 수의계약을 맺은 건수와 규모를 보면 누구라도 특혜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당 업체는 2014~2015년 2년간 청주시와 모두 52건에 6억6천여 만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이 업체가 관급공사를 진행하며 아스콘 관급 자재를 빼돌려 되파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편취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과의 유착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여부는 경찰의 수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은 3개월 전 구속된 충주시 비리의원 사건을 연상시킨다. 해당 충주시 의원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5년 말까지 충주시 각 읍·면·동이 발주하는 공사 100여건을 자신과 관련 있는 건설업체가 수주하도록 알선하고 업체로부터 8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두 업체 모두 시의원이 대표로 있다가 남편이나 지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뒤 수의계약을 통해 공사를 독식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지방자치단체의 감시와 견제라는 지방의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숙한 지방자치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소명의식은 뒷전이고 오로지 치부(致富)를 위해 시의원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청주시의회는 지난해에도 시의원이 대표로 있던 경비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투서가 접수돼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업체의 수의계약 실적과 계약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지방의원들이 지자체의 각종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방의회의 부패경험률을 살펴보면 일부 지방의원들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의원이라는 완장을 차고 이권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키는 짓이다. 아스콘포장업체의 수의계약 과정에서 청주시의원의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 지방의원이 공사수주와 물품 납품에 관여하고 압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이를 들어주는 공무원들도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미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가 성숙해지려면 지방의원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자정의지도 절실하다. 부패한 지방의원을 솎아내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는 퇴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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