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김준기 충남본부장겸 청양주재

시위 벌이는 청양 보민환경 (자료사진) / 뉴시스

꽃피는 봄은 왔건만 청양군 강정리의 석면·폐기물 문제는 아직 한겨울이다. 수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행정과 주민간의 갈등이 폭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형국이다. 문제가 이렇게 악화된 데는 지난달 27일 있은 이석화 군수의 기자회견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군수는 기자회견에서 산림복구를 하지 않기 위해 청양군이 태양광발전시설사업을 제안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군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행정의 공신력을 땅에 떨어트리는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들 스스로 대책을 강구할 것과 해당업체, 충남도 등 관련기관도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군 행정의 수장으로 사실과 다른 점을 바로잡고, 땅바닥에 떨어진 공직사회의 사기를 높이려는 이 군수의 속마음이야 잘 알겠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악수(惡手)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려 했던 이 군수의 진심은 주민들에게 어필하기는커녕 도리어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 주민들을 또다시 거리로 나오게 했고, 극에 달한 불신과 불통은 주민들을 격앙시켰다. 실제 지난 17일 열린 집회에서 주민들은 이번 사태를 부도덕한 업자와 부패한 공직자들의 유착의혹이 짙은 게이트라 규정하고, 사정기관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청양군과 이 군수를 압박했다.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갈등의 당사자인 청양군과 주민 측은 상대방의 이야기에는 귀를 막은 채 자신의 목소리만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서로를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는 형국이다. 수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된 데에는 양측의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등의 양상도 다양해져 이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번 강정리 사태도 행정과 주민 측 모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되짚어보면 청양군의 문제해결 능력에 아쉬움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고, 과거에 비해 행정기관의 파워(?)가 일정부분 쇠퇴해 민감한 민원에 대한 일사불란한 대처모습을 보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행정기관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이번 강정리 석면·폐기물 문제도 주민 측 보다는 청양군에 문제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아직 우리사회의 상당부분을 행정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정보의 보유, 일처리의 시작과 끝이 행정기관의 몫인 상황인 만큼 당연히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도 청양군이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사태해결을 위한 청양군의 노력과 진심은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아마도 행정과 주민 사이 어디엔가 불통의 벽이 가로막고 있는 탓일 것이다. 불통행정으로는 아무리 기가 막힌 묘책을 내밀어도 주민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김준기 충남본부장겸 청양주재

청양군과 이석화 군수는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당신들이 답을 찾아보라'는 식으로 주민들을 타박할 것이 아니라 불통의 원인을 찾는데 힘써야한다. 문제해결의 답은 주민들을 윽박지르는 강력한 리더십이 아니라 주민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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