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기헌 (사)한국오리협회 충북도지회장

흰뺨검둥오리 / 중부매일 DB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전국적으로 가금류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가금류 농장뿐만 아니라 닭·오리 가공업체와 관련식당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매년 되풀이 되는 AI를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오리업계를 두번죽이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AI및 구제역 대응체계 개편관련 공청회"에서 등장한 일부 인사들의 발언은 축산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상처를 부었다. 또 정부에서 발표한 AI 삼진아웃제에 대한 축산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정부는 최근 5년 간 가금류 농가에서 AI 1회 발생 시 영업정지 3개월, 2회 발생 시 6개월, 3회 발생 시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축산농가를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현실의 축산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축산농가가 AI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축산농가가 제일 큰 피해자인데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하고 삼진아웃을 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어처구니 없으며, 처벌위주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AI발생 신고를 꺼리게 되어 병을 키워 결국 광범위한 확산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또한, AI에 대한 관계당국의 역할과 책임은 도외시하고 AI에 대한 대응책임을 농가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라는 모 교수의 발언도 축산인의 집중성토를 받고 있다. 그는 "오리가 HP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증폭, 전파시키는 불쏘시개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조류질병학을 전공했다는 해당 교수의 발언은 다소 충격적이다. AI 대응체계를 논하는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한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오리 인플루엔자'와 혼동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오리가 AI라는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잘 살아남는 것이지, 오리가 살아남는다고 해서 오리가 AI를 증폭시키고 전파시킨다는 교수의 논리는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AI확산의 책임을 오리에게 뒤집어 씌운것이 된다.

오리가 AI의 불쏘시개라고 한다면, AI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오리를 모두 살처분해야 된다. 그 다음에는 야생오리까지 모두 없애야 된다는 것인데 이는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AI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오리에 대한 검사강화와 규제라니, 기가 막힌 일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검사와 규제는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예방과 방역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예방대책없이 이미 발생한 질병에 대해 쫓아다니는 것은 AI대응책도 아니고, 뒷수습에 불과하다. 유례 없는 '축산재앙'이 늘 되풀이되는 것은 방역의 원칙과 기본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정기헌 지회장

조류질병학 전문 교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AI의 형질특징, 작용기전, 변이 등에 대한 연구 및 예방과 치료법에 대한 연구일 것인데, 이런 본분은 망각하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들만 나열하는 것이 학자적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지 묻고 싶다. 오리 사육 농가잡는 AI 방역대책만 있다면 AI사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AI예방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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