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21. 청주시 북문로 '새한칼라'
40년 전통…청주 세번째 사진관 오픈 지금은 가장 오래돼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이미지를 동시에 인화할 수 있는 '디지털 인화현상기'를 도입해 디지털사진업계를 선도해온 '새한칼라현상소' 서재천 사장(왼쪽)과 강팔원 부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남는 건 추억이고, 추억은 사진으로 남는다. 아무리 최고의 순간도 기록되지 않으면 잊혀지기 쉽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새한칼라'는 지난 40년동안,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사진으로 추억하도록 도와왔다.

"사람의 얼굴은 웃음을 머금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워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정이 굳어있어요. 사람들이 사진속 자기 얼굴을 보고 행복해할 때 저도 기분좋아요."

190㎝ 장신의 서재천(61) 사장은 늘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는다. 사람의 표정, 인상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새한칼라는 청주에서 세번째 사진관으로 오픈했지만, 제일 오래된 사진관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제일 오래된 사진관이 됐다. 70년대 후반 청주대 앞에서 '노벨사진관'으로 시작해 89년부터 10년간 상당공원 맞은편에서 '상당칼라'로, 99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새한칼라'로 40년 전통을 잇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이미지를 동시에 인화할 수 있는 '디지털 인화현상기'를 도입해 디지털사진업계를 선도해온 '새한칼라현상소' 서재천 사장(왼쪽)과 강팔원 부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김용수

새한칼라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대 전환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의 파고를 넘은 것이다.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이미지를 동시에 인화할 수 있는 디지털인화현상기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당시 IMF였어요. 일본 노리츠 회사를 방문해 직접 기계를 보고 전국에서 제일 처음 들여왔죠. 기계값만 90년대 후반 당시 2억원! IMF가 터져서 다들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역선택을 한 거죠. 위기가 곧 기회가 됐어요."

디지털 인화현상기에서 사진이 출력되고 있다. /김용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위기'속에서 청주시내 사진관 80%가 문을 닫았다.

"노력하는 놈 못 이긴다고 하는데, 노력하는 놈보다 즐기는 놈 못 이기고, 즐기는 놈이 절박한 놈을 못이기는 것 같아요. 당시 이거(디지털인화현상기) 아니면 죽는구나 하는 절박감에 투자했던 건데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어요."

이후 전국 사진관업체에서 벤치마킹의 발길이 이어졌고, 덕분에 일본 노리츠 회사는 한국에 이 기계를 많이 팔았단다.

새한칼라현상소 서재천 사장이 출력된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김용수

또 하나의 틈새시장 공략은 증명사진이었다. 증명사진을 촬영부터 수정, 인화까지 15분만에 완성, 40장에 1만원, 여기에다 여권사진·주민등록사진·운전면허증사진 등 다양한 사이즈로 찍어준 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관에서 소홀히하는 증명사진에 포토샵을 접목했고, 사람들이 '빨리빨리'를 좋아하니까 촬영-포토샵-출력을 15분만에 완성해 바로 찾아가게 해줬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사진(인화)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질수록 사진을 안찍어요. 그래서 사진은 개발도상국에서 호황이고 선진국에서는 힘든 업종이에요. 우리나라도 선진국 되면 사진업종이 힘들어지겠구나 생각하고 대비했죠."

가장 바쁠 때에는 3월 신학기 때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학교에 제출하는 서류가 많으니까 증명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들이 많아요. 10년 전, 신학기 때에는 학생들 줄 세워놓고 사진 찍어줬었어요. 일주일간은 새벽 3시까지 밤샘작업도 하고…"

몸이 바빠도 행복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70년대 후반, 사진관 초창기에 청주대 신입생 증명사진 촬영한 걸 암실에서 필름 수정작업을 하면서 며칠간 밤새 일했었는데. 그만 졸다가 필름에 구멍을 낸 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강팔원)

'새한칼라' 서재천 사장이 인물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용수

이후 9월부터는 여권사진, 취업사진 등으로 다시 바빠진단다. 훼손된 사진 복원, 흑백사진의 컬러 전환 등의 작업도 하고 있다. 선거 후보자 프로필 촬영도 맡아 이종윤 전 청원군수, 유영훈 전 진천군수, 도의원·시의원 등이 서 사장의 손을 거쳐갔다.

새한칼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강팔원(55) 부장. 서 사장과 강 부장은 35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둘은 청주농고 밴드부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다.

"선배님의 제안을 받고 일하게 됐는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정도 들고, 사진기술도 배우고, 재미도 있고, 그러면서 35년을 이어왔네요."(강팔원)

"저는 지금껏 매출장부 정리를 한 적이 없어요. 그 정도로 서로 믿고 신뢰해온거죠."(서재천)

"새한칼라는 제게 '희로애락이 다 들어있는 인생'입니다. 꽃길처럼 행복했고, 앞으로도 꽃길일 거에요."(강팔원)

지역민과 '사진'으로 함께해온 40년, 이제는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충북사진기자회, 한국전력, 사회복지관, 주민센터 등과 꾸준히 무의탁 노인 영정사진 찍어주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동안 '사진'으로 먹고 살았으니까 '사진'으로 베풀고 싶은 마음에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왕이면 최고 좋은 걸로 해드리고 싶어요."(서재천)

새한칼라현상소 디지털 인화현상기와 사진수정 작업용 컴퓨터. /김용수

앞으로 계획은 '변함없는 사진관으로 남는 것'

"2008~2012년 하나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았던 적이 있었는데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내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해요. 스틸사진처럼 '변함없는 사진관'으로 남고 싶어요."(서재천)

"부담없이 찾아오는 '편안한 사진관'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강팔원)

스피드한 변화를 요구하는 디지털시대, 순간을 기억하는 빛바랜 사진 한 컷이 때때로 더 '빛'을 발한다.

청주시 북문로 2가 청주시청 맞은편에 위치한 '새한칼라현상소'. / 김용수
새한칼라현상소 서재천 사장과 강팔원 부장이 스튜디오에서 증명사진 촬영에 앞서 조명을 맞추고 있다.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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