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진위판정 앞둔 '증도가자'
문화재청, 이의 규명 등에 미온적인 태도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증도가는 1239년에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금속활자본 원본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이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1377년 간행된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된다.

고려금속활자 증도가자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지난 2010년 9월 공개이후 세계 최고(最古) 논란을 지속하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한 최종 진위여부가 다음달 13일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만큼은 국격을 해치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문화재청은 이날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를 열어 서울 다보성 고미술박물관이 신청한 증도가자 101점에 대한 문화재 지정 신청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며, 지정·보류·취소 중 하나의 결론이 도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동산문화재분과위원 8명의 임기가 다음달 30일로 끝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국보 지정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새로운 위원들이 편입돼 이 문제를 또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또 논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문화재청 결정 '예의주시'

문화재청은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된 직후 각계의 이의제기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본격 검증과정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문가와 최첨단 기법을 적용해 분석작업을 추진하고도 결론을 내지못해 지적을 받아왔다. 또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의견을 받겠다고 해 검증작업 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돼 왔다. 게다가 분석을 진행한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추후 공동설명회를 갖겠다는 계획도 1, 2차 소규모 간담회로 끝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행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임기 종료에 따른 위원 교체를 빌미로 '보류'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이럴 경우 문화재청은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신뢰 추락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이번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상주 교수 '증도가자 반박' 추가 서체분석

이상주 교수

이런 가운데 2010년 공개된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의 증도가자에 대해 서법적(書法的) 분석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며 최초의 반론을 제기했던 이상주 중원대 교수가 지난 3월 25일 본보에 추가 서체분석을 보내왔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학교 수업과 각종 연구논문으로 시간이 없어 문화재청의 행보를 지켜 보기만 했는데 진행과정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 학자적 양심으로 추가 서체분석을 하게 됐다"고 밝히고, "2010년 한 골동품 전문상이 '삼척동자도 판별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억지를 쓴다. 이건 정말 국가적 망신'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며 "이번 기회에 국격을 떨어뜨리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함을 물론이고 문화재 위조범과 문화재 절도범의 공소시효를 철폐해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납 동위원소 분석 등 분석에 대한 논란 여전

이처럼 최종 심의를 앞두고도 증도가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데 이를 해소할 문화재청의 공개토론회가 무산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문화재청이 "한반도 옥천대·영남육괴와 유사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납 산지 추정을 위한 동위원소 분석에 있어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증도가자 주장 활자가 아니라 시료 8점이 전달된 점, ▶산지추정 기초자료 맵 적용의 정확성, ▶영역별 구분에 따른 광산수·시료수·납 동위원소비 분포범위 수치 해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관계자는 "2015년 문화재청과의 MOU체결에 따라 지난해 미량원소의 존재여부, 미량원소의 비율, 동위원소 등이 검출 가능한 ' LA-ICP-MS분석'과 산지 추정을 위한 납 동위원소 분석을 수행했다"며 "우리 기관은 분석데이터를 수치로 문화재청에 제출했고 이에 대한 해석은 문화재청에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도가자 활자가 아닌 시료가 전달된 것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물은 운송시 보험 등의 제반사항이 갖춰져야 하고, 훼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활자가 아닌 시료로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중요사안인 만큼 가장 정확한 것은 현장에서 분석전문가가 활자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것"이라며 "검증대상 활자가 아닌 시료 제출에 있어서 만약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한다면 어느 물건의 시료인지 알 수 없는 일"고 지적했다.

'증도가자' 진위 논쟁 일지

▶2010년 9월 2일 남권희 경북대 교수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 소장 '증도가자' 12점 공개
▶2010년 9월 3일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대표 김종춘) 10월 15일까지 특별전시
▶2010년 9월 7일 이상주 중원대 교수 서법적 분석으로 반론 제기
▶2010년 9월 10일 이상주 중원대 교수 공식 기자회견 "증도가자와 번각본 증도가 서체 다르다" 12점 조목조목 반박
▶2010년 11월 5일 남권희 경북대 교수 한국서지학회 추계 학술발표회에서 금속활자 먹 탄소연대 측정 근거로 1300년 직후 주장
▶2010년 11월 19일 남권희 경북대 교수 추계 학술발표회에서 '동국이상국집'도 증도가자로 인쇄 주장


▶2011년 6월 17일 남권희 경북대 교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완 책임연구원 국제학술대회에서 증도가자가 직지보다 138년 앞섰다고 발표
▶2011년 9월 20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시 증도가자 문제 제기
▶2011년 10월 6일 증도가자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접수(증도가자 101점 /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 소유자 이정애)
▶2011년 10월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증도가자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


▶2012년 2월 8일 김성수 청주대 교수 국제학술회의에서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고금상정예문', '동국이상국집' 증도가자로 인쇄 주장
▶2012년 10월 1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증도가자 지정가치 검토 자문회의(출처 불명 진위판별 후 지정절차 진행)


▶2013년 1월 29일 증도가자 현지 실견조사
▶2013년 2월 14일 1차 문화재위원회 지정 보류(출처·내력조사·연구 필요 의견)
▶2013년 2월 22일, 7월 15일, 9월 5일 소유자 이정애씨 민원 제기
▶2013년 6월 18일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측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촉구
▶2013년 9월 10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증도가자 종합학술조사 관련 협의
▶2013년 7월 15일 보물 지정 신청서류 보완 요청(증도가자의 출처 및 일본에서부터 현 소유자까지의 세부 취득경위 / 구입일, 매도·매수자, 반입증명서 등)
▶2013년 9월 11일 소유자측 김종춘씨 면담 조속한 지정 재요청
▶2013년 10월 7일 문화재청 9층 회의실에서 자문회의 (기존 연구성과는 많으나 국가기관의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검증이 요구된다는 의견 제시)
▶2013년 10월 10일 문화재위원회 보고(종합학술조사 필요)


▶2014년 12월 19일 국립문화재연구소'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 완료 (서울 다보성 고미술관 2010개, 청주고인쇄박물관 7개 등 총 109개 대상 / 연구결과 증도가자 활자 62점(서울 다보성 고미술관 59개, 청주고인쇄박물관 3개 결론)


▶2015년 3월 13일 증도가자 지정조사단 구성 및 조사방법 등 논의 자문회의('증도가자' 용어는 부적절하므로 지정조사단의 명칭을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으로 하기로 함)
▶2015년 6월 4일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1차 회의(지정조사 계획 수립 및 지정조사단장 선출 / 서체비교·연대측정·제작기법 조사 합의)
▶2015년 10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유 증도가자 활자 검증 결과 '위조가능성 높다' 발표
▶2015년 12월 2일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2차 전체회의(홍선 조사단장 선출 /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직접 조사를 수행하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련기관과 협업)


▶2016년 1월 25일 '남명천화상송증도가' 3종 인본 실견조사
▶2016년 4월 8일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3차 전체회의(문화재 지정조사 중간보고)
▶2016년 6월 22일 임진자 인출본 제작 결과 보고
▶2016년 6월 30일 증도가자 인출본 제작(3D 촬영 및 모형제작 용역)
▶2016년 10월 20일 고려금속활자 분석자문단 1차 회의
▶2016년 10월 31일 고려금속활자 2차 분석자료 검토회의
▶2016년 11월 9일 고려금속활자 분석자문단 3차 회의
▶2016년 12월 6일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4차 전체회(문화재 지정조사 관련 분석 결과 보고)
▶2016년 12월 30일 고려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 분석결과 홈페이지 공개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지정 심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