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의 가치와 우수성 홍보 선도
성덕대왕신종 등 2개 대형종 직접 타종 인기
한국종의 역사 한 눈에 배울 수 있어

진천 종 박물관 전경

[중부매일 한기현 기자] “장엄하고 청아한 한국범종의 종소리는 듣는 이의 정신을 일깨우는 지혜의 소리이자 중생을 구제하는 생명의 소리입니다”

한국범종은 세계적으로 ‘한국종’이라는 학명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이며,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울림소리가 웅장해 한국, 일본, 중국 등 삼국의 범종 가운데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종의 연구, 수집, 전시, 보존과 기획 전시, 각종 교육 활동을 통해 한국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5년 9월 진천읍 역사테마공원 내에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종 박물관인 진천종박물관이 개관 12주년을 맞았다.

중앙에는 한국종의 기본 외형을 상징하는 항아리 모양의 유리 구조물을 설치하고 우측에는 종의 음파가 퍼져나가는 굴곡을 형상화해 한국종의 구조적 특징을 표현했다.

특히 야외에 설치한 성덕대왕신종과 생거진천대종 등 두 개의 대형종을 누구나 직접 타종할 수 있도록 개방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상 1층 상설전시실은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대 등 국가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원광식 선생이 기증한 한국 범종 200여 점을 전시해 한국종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 한국종의 제작 과정과 과학적 비밀을 다양한 전시 자료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2층은 성덕대왕신종의 주조 과정, 종의 재료, 한국종의 과학 기술, 시대별 종 무늬, 전통밀랍 제조기술 등 한국 범종의 전통 주조 기법을 모형으로 소개하고 있다.

종박물관은 지역 초중고생과 주민, 관광객을 대상으로 매년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시회와 세계종 전시회, 종 탑본 체험과 부채만들기, 풍경 만들기 등 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뒷편에는 주철장의 전통 주조기술을 전승하고 한국종의 제작 과정을 교육할 수 있는 주철장 전수교육관이 2013년 문을 열었다.


한국종의 역사

한국종을 대표하는 것은 불교에서 사용하는 '범종'이다.

범종은 범종과 운판, 법고, 목어 등 중생을 제도하는 법구사물의 하나로 사찰에서 불교의식과 악기, 시간을 알리는 데 사용되는 우리나라 금속공예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외형은 독을 거꾸로 엎어높은 것처럼 위와 아래는 좁고 중간 배 부분을 불룩하게 제작해 안정감이 있다.

표면에 종을 치는 자리를 만들고 당목으로 쳐 소리를 내며, 종 안에 추를 달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서양종과 다르다.

우리나라 범종은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전래됐으나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종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상원사 동종이다.

삼국유사 권 3 '원종흥법 염촉멸신(原宗興法 厭觸滅身)'에 "천가 6년(565년)에 범종을 사찰에 걸었다" 는 기록이 남아있어 6세기 후반부터 범종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범종은 맥박이 뛰는 소리인 '맥놀이' 현상으로 울림소리가 길고 웅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외형에서 느껴지는 단아한 아름다움과 함께 만물의 영혼을 깨우는 종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범종을 대표하는 통일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국보 29호)은 '에밀레종'이라는 설화가 전해지는 것처럼 신비한 음색으로 유명하다.


최고의 예술미, 통일신라시대 범종

통일신라시대의 범종은 한국 범종의 전형이다.종신 외형은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형태며, 용뉴는 용머리가 천판을 향한 ∩형태로 마치 범종 전체를 물어 올리는 듯하다.

상대와 하대에는 반원무늬 또는 주악천인상을 새겨넣었으며, 연곽 내에는 아홉개 씩의 연뢰가 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종신에는 악기를 연주하며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주악천인상 한 쌍이 장식돼 있다.

주악천인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2구에서 1구로 변화해 고려시대 초까지 이어졌다.

현재 남아 있는 신라 범종은 국내·외를 합쳐 10구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상원사동종(725년, 강원도 평창군 상원사), 성덕대왕신종(771년, 국립경주박물관),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9세기 후반, 국립공주박물관), 선림원동종(804, 1951년 소실), 실상사동종(9세기 중반, 동국대학교 박물관) 등 5구가 전해지고 있으나 이중 선림원동종과 실상사동종은 파손돼 완전한 형태를 갖춘 범종은 3구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조형미, 고려시대 범종

통일신라시대 범종 양식을 이어받은 고려시대 범종은 형태와 장식이 다양하게 변화했다.용뉴는 장식적인 면에 치우쳐 용체가 s자형으로 휘어지고 종신 하부는 밖으로 벌어졌다.

범종의 상대 위로 입상화문대라는 돌출 장식이 새로 첨가됐다.종신에는 연화좌 위의 불·보살상이 장식되거나 삼존상이 천개와 함께 표현되기도 했다.

위패 모양의 명문곽을 별도로 부조시켜 명문을 새겼으며, 당좌는 장식적인 의미가 강조돼 3~4개로 늘어났다. 높이 40cm 내외 소종 제작이 크게 늘었다.


양식의 혼합, 조선시대 범종

조선시대에는 고려시대 후기의 범종 형식과 중국종의 형식이 결합한 독자적인 형태와 문양을 갖춘 범종이 제작됐다.

음통이 없어지고 한 마리의 용뉴는 쌍룡으로 바뀌었다. 입상화문대는 사라지고 상대 아래에는 범자 무늬가 첨가돼 독립된 문양 띠로 자리 잡았다.

종신에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한 형태의 보살입상이 장식되고 용무늬, 범자무늬, 파도무늬 등이 새로운 문양으로 표현됐다.

종박물관 관계자는 “한국종은 코리안벨(korea bell)이라는 학명이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독창적인 양식과 예술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한국종의 소리는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 세상을 밝히는 울림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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