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구직자 많아…"일할 수 있는데 사회밖으로 내몰려"
30대 재취업자 "취업 언제쯤 성공할까" 걱정 커져
일부 구인업체, 1시간반동안 면접자 고작 1명 '양극화'

충북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맞아 27일 청주시 가경동 충북기업진흥원 교육장에 마련된 기업 면접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이고, 열정은 40대인데 사회밖으로 내몰리니까 속상해요."(58세 곽현옥 구직자)

"재취업 일자리를 구한지 두달 됐는데 취업이 잘될지 불안감이 커져요. 지방이 취업여건이 더 안좋은 것 같아요."(31세 김재진 구직자)

"구직자들이 힘든 일을 기피해요.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일자리'가 없는거죠."(구인업체 농협충북유통 박순철 총무홍보팀장)


실업자 130만명 시대, 청주에서 열린 소규모 채용박람회에도 구직자들이 몰렸다.

충북기업진흥원 주최로 27일 오후 2~5시 충북기업진흥원 지하 교육장에서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는 중장년층을 위주로 청년층까지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청주를 비롯해 진천산업단지에 소재한 구인업체 22곳이 참여해 1대1 현장 면접을 진행했다. 채용 예정인원은 사무관리, 해외영업, 생산 및 품질관리, 생산 및 서비스직 등 120여명.

대형마트 판매원 경력을 갖고 있는 50대 주부 정모씨는 이날 채용 면접의 문을 두드렸다. 정씨는 "나이가 있어서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은데 채용만 된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제과점 운영 15년, 간호조무사 6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곽현옥(58·여)씨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두달전, 일하던 노인요양원이 문을 닫아 실직했기 때문이다. 곽씨는 "식품을 조리·포장하는 회사 한 곳이 마음에 드는데, 새벽 6시반에 출근해 밤 9시에 끝나서 고민이 된다"면서 "주말에 쉬는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맞아 27일 청주시 가경동 충북기업진흥원 교육장에 마련된 기업 면접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신동빈

청년구직자는 간간히 눈에 띌뿐 많지 않았다. 정장을 차려입은 31살 김재진(여)씨는 경기도에서 2년간 회사를 다니다가 지난 1월에 그만두고 두달 넘게 구직활동중이다. 김씨는 "오늘(27일) 구인업체 22곳중에서 제가 갈 수 있는 회사는 3곳뿐"이라면서 "3곳 모두 면접을 봤는데 취업이 잘 될지 불안감이 크다"고 걱정했다.

구직자 대기장소에서는 무료 이력서사진 촬영 코너가 마련돼 북적였다. 이날 무료 이력서사진을 촬영해 이력서에 붙인 박한표(65·여)씨는 "사진 찍고 30분만에 찾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다"면서 "다음에 이력서 쓸 때에도 요긴하게 쓸 것"이라며 좋아했다.

일자리를 향한 구애를 펼치고 있는 구직자 못지 않게, 일할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는 구인업체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진천 이월면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하청업체인 ㈜성장산업은 행사 시작 1시간반동안 면접자를 겨우 1명 받았다. 이날 5명 채용계획을 세웠지만 면접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숨도 길어졌다. ㈜성장산업 이문희 총무부 인사담당은 "5명 채용계획을 세운지가 벌써 5개월이 넘었는데 아예 사람이 들어오질 않는다"면서 "회사에서 통근버스를 운행하는데도 회사가 진천에 있어서 기피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농협충북유통도 농산물매장 진열 및 판매직원 4명을 채용하기 위해 참여했다. 비정규직에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이 많다보니 이날 채용의사를 밝힌 면접자는 2명에 그쳤다. 박순철 농협충북유통 총무팀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힘든 일을 기피하고, 일에 대한 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