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청와대 전경 / 뉴시스

박근혜 전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날짜를 받아 놓고 있다. 5월 9일이 바로 그날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로 행사하는 권력의 폐해를 어찌하지 못하고 지금의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을 차기 대통령은 그대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당내 경선을 통해 각 당의 대선후보를 내겠다며 방송 토론을 이어가고 있고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꾼들이 살판났다.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는 후보에게는 돕겠다는 사람들이 차고도 넘친다.

정치교수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고위직 정치공무원은 눈치껏 선거 캠프로 정책 자료를 들고 다니고 있으며 정치판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은 어디로 붙어야 할지 이미 주판알을 튕겼을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벌어질 감투 잔치에서 자신에게 하사될 한 자리를 기대하면서 나름 열심인 것이다. 대통령이 나눠줄 수 있는 자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대단한 자리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후보를 돕는 사람 중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여 돕는다며 자신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진정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일을 맡겨도 될 사람이리라. 그러나 이는 참 어려운 주문이다. 한 개인이 청렴과 애국심만으로 나랏일을 해야 한다는 명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제도가 그렇게 하도록 하는 사회여야 한다. 선진국이 그렇다.

우리는 역대 대통령들이 권력 행사의 달콤함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1월에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대한민국은 176개 국 중 52위로 지난해보다 15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는 국정농단사태가 크게 불거지기 이전에 조사된 순위이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방산비리, 뇌물 스캔들, 세월호 사건, 벤처비리, 스폰서 비리 등등 연이어 터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로 뉴스를 장식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건들은 한 개인의 부도덕함에 기인한 특별한 사건이 아니고 권력을 가진 집단의 구조적인 부정과 비리 사건이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왕조시대보다도 더한 권한을 갖는 대통령제로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이제는 권력을 분산해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선언을 하는 정치인이나 그 후보를 돕겠다며 설치는 이들이나 모두 현행 헌법이 부여하는 대통령의 무지막지한 권한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해주겠다며 가는 곳마다 공약을 남발하고 있고 정치꾼들은 정치적 이념하고는 무관한듯 대세론을 쫓아다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그들을 비호했던 세력의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온 국민은 뼈저리게 체험하지 않았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행 헌법으로는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조건을 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권력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가 가능한 정치 체계로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유권자는 지금 들려오는 감언에 혹하고 대통령으로 뽑아주기만 하면 모든 지역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이설에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유권자인 우리가 현명해져야 하는 이유다.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허황된 공약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의 공약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벌써 국민소득 5만 불을 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선출된 이들의 부정부패와 애국심 없는 정책집행으로 3만 불의 언덕조차 넘지 못하고 10여년을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류연국 교수

우리 유권자가 상식이 있는 판단력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상식에 기반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가치관과 판단력을 갖춘 상식이 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게 지금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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