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원,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김 전 대표 만나
"미국으로 돌아가면 진상 규명 언론 인터뷰 계획"

'BBK 주가조작 사건' 당사자인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28일 오전 만기출소한 가운데 이날 천안교도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을) 의원이 김씨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3.28. / 뉴시스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BBK 주가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가조작을 유죄로 판단할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이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이 10년 만에 재부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무부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1시간 동안 김 전 대표를 접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주장을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100억원을 확정받고 이날 천안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해 현재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중이다.

그는 인수한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고 300억원대 자금을 횡령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징역형을 마쳤지만,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미국 국적자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외국인은 강제추방할 수 있다'고 정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 출국 조치를 받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조치 전 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보호소로 옮겨졌다.

28일 충북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입소한 김경준씨를 면회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을) 의원이 면회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3.28 / 뉴시스

박 의원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접견 자리에서 "정권이 교체돼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이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유죄"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정권 교체 후 한국에 올 수 있게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표는 29일 LA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며 "보호소 결정이 나는 대로 이날 출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검찰로부터 '부인, 누나도 죽는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 나설 것이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언론 인터뷰를 할 계획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해외로 강제 추방되면 향후 5년간 국내로 입국할 수 없다. 다만 한국에서 출생했을 경우 법무부 장관 재량으로 입국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이 있다. 김 전 대표는 서울 태생이다.

한편 BBK 주가조작 사건은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 측이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이 대선 직전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자 특별검사 수사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고, 특검은 취임 직전 무혐의 처분을 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BBK 전 대표 김경준은 누구?

김경준은 6살 때 이민간 교포 1.5세대로,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은 후 세계적 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에 입사했다. 당시 '30대 투자 천재'였던 김경준은 1997년 귀국해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사에서 높은 수익률로 이름을 날렸다.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계 또한 화제다. 지난 1994년 민자당 의원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해 재미교포 변호사인 에리카 김을 만났다.

에리카 김은 1995년 10월 서울에서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에리카 김과 함께 축하케이크를 자르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에리카 김을 통해 친동생인 김씨를 알게 됐다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김경준은 지난 1999년 4월 BBK라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BBK는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함께 근무했던 바비 오,보라 리,김경준의 약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2000년 귀국한 당시 이 후보와 김씨는 그해 2월 각각 30억원을 투자,'LKe뱅크'라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김경준이 펀드 운용보고서 등을 위·변조한 사실을 확인하고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을 취소하면서 두 사람 사이는 멀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1년 4월 LKe뱅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김씨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김경준은 이후 옵셔널벤처스를 설립, 회사 돈 384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후 김경준 전 대표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횡령죄가 인정돼 2007년 11월 구속기소된 후 2009년 5월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돼 천안교도소에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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