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9편 황금바위 짜익티요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다

여자가 만지면 굴러 떨어진다고?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 여행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 도시 양곤에 가기 전에, 미얀마 3대 불교 성지인 짜익티요에 가기로 했다. 인레에서부터 짜익티요가 있는 킨푼(Kinpun)까지는 열 시간이 넘게 걸렸다. 직통 버스는 없고, 터미널에서 킨푼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아이고~ 여기 여행 왔나 보지요~? 어디로 가요~? 우린 바고가는데."

인레에서 같은 버스를 타는 한 한국인 어머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매년 겨울마다 동남아 여행을 하신다는 어머님은 올해도 역시 겨울을 피해 아버님과 미얀마로 여행을 오셨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젊은 부부가 이렇게 여행 나오니 너무 멋있다. 너무 보기 좋아요." 어르신들이 우리의 여행에 힘을 실어주셨다. 돈, 직장, 집, 아이 등 여행을 떠나면 안 되는 수많은 이유를 뒤로 하고 온전히 우리 둘만 믿고 떠나온 여행이었기에, 그 한마디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값진 응원이었다. 하지만 우리 눈엔, 여행 정보를 빼곡히 적어둔 종이 몇 장과 휴대폰만 들고 여행하시는 어머님, 아버님이 더 멋져 보였다. 연세가 무색하게, 그들은 아직 청춘이셨다.

짜익티요를 보러 산 정상으로 올라갈때 타고가는 트럭

새벽 4시쯤 버스 기사가 터미널에 다 왔다며 우리를 깨웠다. GPS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터미널까지는 2km 더 가야 했지만, 버스 기사는 여기가 터미널이라며 우리를 내려두고 떠나버렸다. 하지만 버스 터미널 팻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두운 대로변에 한 남자가 책상에 앉아있었다. 그 남자는 터미널보다 3천 원이나 더 비싸게 표를 팔고 있었다. 아무래도 버스 기사가 일부러 이 사람과 짜고 터미널에서 떨어진 이곳에 내려준 것 같았다. 화가 나 터미널까지 걸어갈까 하다가, 어르신들도 계셔서 그냥 표를 끊기로 했다. 유쾌하신 어머님은 그 시간에 유일하게 문을 연 짜이 샵에 들어가 짜이 한잔하자고 하셨다. 한참 한국에서의 생활과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그러겠어." 어머님의 말씀에, 우리도 이 상황이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하긴 한국에서라면 이렇게 어르신들과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흔치 않았다. 여행지에 나와선 지역이나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정오가 다 되어 킨푼에 도착했다. 지난 저녁부터 먹지 못한 허기진 배를 채우려 치킨 커리와 양고기 커리를 시켰다. 작은 종지 그릇에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고기 두 점이 나왔다. 닭고기 두 점, 양고기 두 점. 이게 6,000원이라고? 처음엔 잘못 나온 줄 알았는데, 이게 맞단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도 아니고, 허름해 보이는 로컬 음식점이 이렇게 비싸다니. 뭘 먹은 것 같지도 않게 식당을 나왔다. 외국인 물가라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다섯 배가 넘는 바가지를 쓰다니, 너무 황당해 화가 났다.

미얀마는 아직 여행 국가로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국인에 대한 물가가 꽤 높게 책정되어 있다. 같은 식당에서도 외국인 물가가 달라 영어 메뉴판을 받으면 더 비싼 가격이 적혀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그렇게 바가지 쓸 정도의 느낌은 안 받았는데, 10시간 넘게 달려온 곳에서 이런 푸대접을 받으니 서러웠다.

너무 더운 시간을 피해 오후 3시쯤 짜익티요에 가기로 했다. 짜익티요는 산꼭대기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거대한 황금 바위다. 이곳은 미얀마의 3대 불교 성지로써, 미얀마 사람들은 평생 3번 짜익티요를 보면 불심을 다한다고 믿는다. 과연 불교의 국가답게 산 정상은 미얀마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대가족이 이불과 돗자리를 가져와 텐트처럼 잠자리를 만들어두는 사람들이 수백 명은 되어 보였다.

그렇게 한참 사람 구경을 하다 보니 저 멀리 황금 바위 짜익티요가 보였다. 한눈에 얼마나 큰 바위인지 알 수 있었다. 그 큰 바위가 절벽에 살짝 걸쳐져 있는 게 봐도 봐도 신기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한 승려가 부처의 머리카락을 왕에게 바치니, 왕이 바닷속에서 승려의 두상을 닮은 바위를 찾아내 절벽 위에 올려두고, 바위 위에 좁고 긴 구멍을 뚫어 부처의 머리카락을 상자를 넣고 황금색 파고다를 세웠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황금 바위 짜익티요가 더 흥미로워졌다.

짜익티요가 거대한 황금 바위가 된 건, 매일 전국에서 몰려드는 미얀마 사람들이 금박지를 바위에 붙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여자가 바위를 만지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금박지를 붙이는 건 남자들만 할 수 있다.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금박지를 맡기는 대신, 바위에 붙이는 장면은 CCTV로 지켜본다. 아쉬운 대로 남편만 혼자 가서 금박지를 붙이고 오기로 했다. 네 조각 짜리 금박지를 조심스럽게 떼어다 하나씩 붙이며, 손을 모아 소원을 빌던 남편. 그는 과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왠지 알 것 같았다. 그가 뭘 빌었는지. 오빠는 혼자 짜익티요에 가서 금을 붙이고 온 게 미안한지, 자꾸만 나를 짜익티요와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이미 사진으로도 많이 보고 온 곳이지만, 실제로 보니 느낌은 정말 달랐다. 절벽에 걸친 황금 바위도 신기하지만, 이곳에 직접 오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미얀마인의 깊은 불심까지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집에도 불상 하나씩 모셔두고 기도를 드리는 그들을 보면, 종교의 힘이 한낱 작은 인간 앞에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느껴진다.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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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커플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이야기 (보너스 사진)

후후커플의 주인공 조현찬 씨
짜익티요 사원 정상의 모습
짜익티요를 보러 짐을 바리바리 싸온 미얀마 사람들
짜익티요 올라가는 차비 2000원에 생명보험비까지 포함되어있다는 황당한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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