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요즘 나무마다 연둣빛 물이 오른다. 가까이선 잘 모르지만 멀리서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면 치렁치렁 버드나무는 더 그렇다. 일주일에 몇 번씩 집 근처 호암지를 운동 삼아 도는데 나무를 볼 때마다 이 나무는 얼마큼 나이를 먹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 내 나무는 몇 살 먹었지? 라고 생각 한다. 내 나무란 초등학교 5학년 때 심은 은행나무 두 그루다. 당시 식목일 전으로 기억된다. 학교에서 은행나무를 나누어 주며 집에 가서 심으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난 아버지와 함께 울타리 옆 땅을 파고 은행나무를 정성껏 심었다.

처음 나무를 심어서 물도 잘 주고 관심을 꽤 가졌다. 더운 여름에는 양은 주전자에 물을 담아 듬뿍 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르지 않고 빼빼 마른 키에 초록 은행잎을 듬성듬성 달았다. 그리고 이사를 간 후 더 이상 나무를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직장 첫 휴가 때 내가 살던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나무는 무성하게 잘 자라 있었다. 집은 지붕이 내려 앉은 듯 보였지만 은행나무는 우뚝 솟았다. 멀리서 봐도 금방 눈에 띄었다. 그런 나무가 참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 이후 내가 직접 심은 나무는 지금 주택으로 이사와 심은 감나무이다. 특별히 관리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많은 감을 달아주는 것이 기특하고 고맙기만 하다. 나무를 심을 공간이 생긴다면 또 어떤 나무를 심으면 좋을까? 생각하다 '고마운 나무심기'를 떠올리게 된다. 마침 큰아이가 초등학교 때 아토피가 심했기 때문이다. 봄철 황사로 큰아이는 정말 힘들었다. 얼굴을 다 가릴 정도로 마스크를 하고 다녔지만 허연 버짐 같은 것을 달고 살았다. 다른 때는 연고 같은 것을 바르면 수그러들었지만 황사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글쓰기를 하던 큰아이가 황사에는 나무 심기가 좋다고 쓰고 있었다. 아마 책에서 본 듯하다. 그 영향인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나무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사막에 숲이 있다'란 책이다.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이다. 정말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 책이다. 모래뿐인 사막에 남편 바이완샹과 함께 나무 묘목을 심었다. 심었다 해도 모래바람이 삼키고 나름 여러 가지 힘겨움이 뒤따랐을 것이다. 나무에 물을 줄 때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포기하려고 수백 번 마음먹었지만 나무를 자식처럼 위하는 마음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그런 부부의 손길을 통해 모래뿐인 언덕에 길이 생기고 가로수가 늘어서 있다. 꽃과 풀이 자라게 되었다. 꼭 누군가 꾸며낸 동화 같지만 실화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 또 생겨날 것 같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몽골 광야에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단체 등에서 함께 하니 시간이 흐르면 인위쩐이 심은 나무처럼 푸른 세상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점점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이런 나무 심기로 인해 예전의 초록지구로 살아날 것이다. 언젠가 읽은 짧은 시 중 '나무는 죽어서 처음으로 눕는다'란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책 속의 '인위쩐은 나무를 자식처럼 키웠다. 누가 나무 한 그루를 벤다면, 그것은 곧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란 것도 생각난다. 식목일만큼은 나무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무에게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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