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양동성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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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객장을 방문하셨던 분들은 '차르르'하는 금속 구르는 소리와 금속판끼리 부딪치는 소음을 쉽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동전(주화)을 10원화, 100원화, 500원화 등 권종별로 구분하고 숫자를 세는 주화계수기가 작동하는 소리다. 그동안 주로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상대하느라 시중은행에 비해 적막을 느낄 수 있었던 중앙은행에서 이와 같은 소음이 자주 발생하게 된 것은 대량의 주화 교환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 충북본부는 신협 등 소규모 금융기관이나 상점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화폐를 교환해 주고 있다. 그런데 헌 지폐를 새 지폐로 바꾸거나 고액권과 소액권간 지폐 교환 이외에도 동전을 가져와 지폐로 교환해 가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지난 2016년 4분기의 동전 교환액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1.6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올해 1~2월 중에도 지난해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들이 책상 속이나 방안 구석에 방치해 놓았던 동전들을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모아 오는 경우도 있겠으나 소형 마트나 가게들이 거스름돈을 지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동전들을 가져오는 사례도 많이 발견된다. 이제 시골 마을을 제외하고는 신용카드, 선불카드 등 대체 지불수단의 이용이 크게 늘어나 더 이상 많은 동전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화폐는 가치의 저장수단, 교환의 매개수단, 거래의 지급수단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동전은 특히 지폐를 보조하며 경제 흐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화폐의 액면가치가 하락하면서 동전의 원활한 유통을 유지시키는 데 수반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동전의 가치가 너무 낮다보니 일단 발행된 동전이 다시 시중에 유통되기 보다는 돼지 저금통이나 서랍속에 머물고 심지어 10원짜리는 땅에 떨어져도 줍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일반인도 상점에서 거스름돈을 받으면 다시 방치하는 사례가 많아 동전 환수에도 불구하고 은행 창구를 통해 발행된 동전의 환수율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방치된 주화는 습기와 먼지 침착 등으로 수명이 줄게 된다. 지난해 폐기된 동전이 약 5억 5천만장에 이르렀으며, 새로 동전을 찍는 데 드는 비용도 5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제 동전은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 가고 있다. 물론 동전이 아직 화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발행비용과 보관, 지급, 회수 등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들의 편의를 제고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에서는 지난해부터 '동전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차근차근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지난 3월초 CU, 세븐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롯데마트 등 12개 편의점과 마트 등을 거스름돈을 충전해 주는 시범사업자로 선정하고 4월에는 서울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제 충북에서도 머지않아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현금을 지급하면 거스름돈을 T-머니나 하나머니, L.point로 충전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범사업의 결과를 분석하여 선불카드 충전 뿐 아니라 은행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보완해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해 나가도록 할 예정이다.

한은 충북본부에서도 지난 3월 중순 시장 인근 주민들과 소액 거래의 주 고객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전 환수율 제고와 유통화폐 정화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KT&G 충북본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상상 GIVE to Coin Festival'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방치되고 있는 동전을 모아 소아암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동전모아 태산(?)"을 실현하고 재기 발랄한 대학생들의 깜찍한 홍보포스터와 UCC등을 공모하였다.

양동성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이미 북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동전 뿐 아니라 지폐를 포함한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가 크게 늘고 있는 데, 편리성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IT기술의 발전은 거래 수단으로서 종전의 화폐를 대체하는 전자화폐의 역할을 크게 높일 것이다. '동전 없는 사회' 는 이러한 사회로 발전하는 첫 단계다. 그러나 '동전 없는 사회'가 완전히 동전 사용을 배제하는 사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카드사용이 미숙하고 카드발급에 제약을 받는 노년층과 경제취약 계층에게는 동전이 여전이 필요하고 소중한 가치저장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리 경제가 '동전 없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면서도 그동안 취약계층이 동전 사용에 어려움이 크지 않도록 중앙은행으로서 본연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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