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개그우먼이 구타를 당하고 입원한 후 봇물이 터지듯 여기 저기서 매맞은 아내들의 이야기가 보도되어 설마 저럴까 하던 어느 날 밤이었다.
 누가 문을 급히 두드렸다. 이 야심한 시간에 누굴까 하며 문여는 것을 망설이는데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린다. 이웃집 아주머니였다.
 여기 저기가 터져서 겁에 질린 그녀가 흑흑 느껴 울더니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그녀의 남편이 구조조정이 돼서 실직이 됐다고 한다. 이제는 편히 지낸 내가 일을 하겠으니 휴식을 가지라고 하고 보험설계사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가끔은 늦는 날이 생겨 남편의 화를 돋구었다고 한다.
 젊어서도 부부싸움을 하면 주먹질을 하던 남편이 이제는 의처증 비슷하게 보이는 대로 몽둥이나 흉기를 막 휘두른다고 한다.
 얼마나 애처로운지 당장 이혼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집 남매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떠올라 애들 생각하고 참아야지 어쩌겠느냐고 달랬다. 별 도움을 줄 수 없음이 안타까워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여자로 살기는 정말 힘이 든다는 것에 공감을 하게 되어 내세에는 남자로 태어나자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긴 지(知)가 력(力)을 지배하는 21세기라고 하는데도 공채로 같이 들어온 여직원들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이나 사무 분장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어찌보면 육아와 가사에 매여 자기 연찬을 덜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 스스로의 책임도 있겠지만 우선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성들이 불편함을 느껴 참여기회도 안주고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몇몇 여성들 뒤에 사회참여의 기회조차 박탈당했거나 참여의 기회를 얻었어도 차별 받는 대다수의 여성들을 어찌 알겠는가.
 오늘은 성차별 등 5대 차별을 없게 하겠다는 공약으로 여성들의 표를 많이 얻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날이다. 공약한 것이 워낙 많고 북핵 문제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처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우리들은 기대한다. 차별없이 여자로 살기를. / 오창고등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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