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9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충북 청주시 내수읍 초정문화공원 일원에서 30일 오후 조선의 마지막 황손인 이석 씨가 세종대왕 역할을 맡아 세종대왕 어가 행차를 재현하고 있다. 2015.05.30. / 뉴시스

청주에 놀러 가면 뭘 보지? 뭘 먹지? 뭘 사지? 이러한 질문에 속 시원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문화도시'임을 자랑하고 중국, 일본, 한국을 대표하는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두 번째로 선정된 도시 청주. 그것도 '생명문화도시'를 향해 열심히 뛰고 있는 청주에서 살면서 앞의 질문에 자랑스럽게 대답하지 못하는 현실이 나는 안타깝다. 최근 필자는 지역원로를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도시마케팅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많이 가지는 편이다. 청주에는 수많은 지역문화원형의 스토리들이 있다. 그리고 히스토리들이 넘쳐난다. 13세기 청주 명암동 고려무덤인 '제숙공 처'의 아들 의 무덤에서 발굴된 '벼루와 동전과 청동젓가락'이 그것이고, 고려가요 '동동'에 '12월 분디나무'가 나오는데 분디나무는 산초나무로 톡 쏘는 맛의 초정약수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태교에 관한 백과사전(태교신기)을 기록한 사주당이씨(師朱堂李氏) 또한 청주인 이다. 태내의 10개월의 교육이 출생 후의 교육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록하였다. 이 또한 청주의 문화원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청주의 스토리에는 세종대왕께서 친히 머무시던 '세종대왕의 초정 행궁 123일'이다. 훈민정음 한글 창제 후반작업을 청주에서 해 내었으니 더욱 더 귀중한 역사의 스토리이니 말이다. 특히, 청주는 오래전부터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 활자본 '직지'를 비롯해 금속문화 및 금속수저가 크게 발달해 왔다. 상당산성과 중앙공원 우암산자락의 국립청주박물관과 동물원은 청주의 자랑이다. 청주에 오면 근처에 가볼만한 곳으로 꼽히는 인기드라마 '제빵 왕 김탁구'로 유명한 벽화마을 '수암골'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아무리 좋은 마을과 동네와 풍경과 이야기꺼리가 넘쳐난다 해도 '관광 상품화'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 수 없고 동네사람들의 나들이 장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무슨 말인가? 무심천변에는 지금 벚꽃이 만개하여 봄의 청주를 최고로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사 역할을 하고 있다. 벚꽃피어 자랑하는 명소가 어디 청주 한곳이던가? 군항제를 여는 진해가 그렇고, 벚꽃으로 자랑하는 섬진강 하동과 구례가 그렇고, 서울 한강변 여의도의 벚꽃잔치가 더욱 그러하다. 꽃이 피면 진해보다, 섬진강보다, 여의도보다 청주를 먼저 찾아오게 할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퇴계선생도 주향백리 화향천리 인향만리라 했다. 그저 비슷비슷한 꽃을 가지고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청주에만 존재하는 꽃이든 음식이든 지역특성을 활용한 상품이 '문화상품'이며 '관광상품'이다. 따라서 관광행정과 정책,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무엇인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일한 '감성마케팅' 그리고 외지인들에게 관심 가져주는(부담 없는) 웃음과 미소도 관광상품 중의 하나에 포함되지 않을까. 필자는 그 답을 무심천(無心川)에서 찾고자한다. 필자가 만난 어느 작곡가는 요즘, 순수 우리글로만 작사 작곡을 한다. 통용되는 모든 말과 글이 너무도 생각 없이 외래어표기가 만연해있어 가치를 떨어지게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전통마을을 일컬어 '슬로우시티'라 표기 한다든가 건강관련 시설을 '웰빙타운'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유행이다. 참으로 특색 없고 재미 또한 없는 표기이다. 대신 '슬로우시티' 보다는 '달팽이 마을' '천천히 걷는 마을'이라고 한다면 느낌이 어떨까? 필자는 '無心川'의 '無心'을 이렇게 불렀으면 한다. '무심'이 아니라 '빈 마음'이라고... '텅 빈 마음'으로 천천히 걷는 시냇가 무심천을 상상하면서... 청주에는 지역 작가도 많고, 문인협회에는 시인도 넘쳐나고 인문학 분야의 전문 강사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청주에는 무수히 많은 '스토리'가 넘치는데도 전문적 '스토리텔러'가 없다.

김호일 사무총장

이러한 우리지역의 문화원형들을 엮고 또한 새롭게 즉 장르를 넘나들면서 형식을 파괴하면서 새롭게 만든다면 한 때는 어색하겠지만 우리가 '빈 마음' 혹은 포용과 화합으로 이것들을 바라 볼 수 있다면 멀지 않아 청주에서 볼거리 살거리가 넘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환경에서는 늘 하는 고민 즉 휴가나 휴일에 어딜 가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살까 하는 행복한 고민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는 청주라는 이름이 늘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만 해도 행복한 것이 이제 올 봄에는 현실이 되도록, 86만 청주시민 모두 조금씩만 노력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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