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톡톡톡] 괴산 미선나무
세계유일 미선나무 고향, 자생지 대부분 위치
지리적 단체표장 출원 등 6차 산업화에 매진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새 봄을 맞아 온 천지에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이른 봄 제주도 유채꽃을 시작으로 요즘 야산에는 개나리·진달래가, 도심 도로변엔 벚꽃이, 과수원에는 매화와 배꽃이, 집과 공원 화단에는 목련 등이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따뜻한 봄 햇볕의 온기가 더 해 가는 이즘에 피는 이들 꽃들은 고운 빛깔과 모습으로 아름다운 꽃대궐을 꾸미고 있지만 그 자태를 뒷받침하는 향기를 맡기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형형색색의 수 많은 봄꽃 가운데 향기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특별한 꽃이 있다. 봄 뿐만이 아니라 사계절을 통털어도 향기로는 으뜸이랄 수 있는 이 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미선나무 꽃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1속1종의 희귀식물인 미선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생 군락지 5곳 가운데 3곳이 괴산군에 위치해 있는 괴산군의 대표적 식물자원이다. 더구나 괴산은 지역농가 50여곳에서 15㏊에 150만본을 키우는 미선나무의 산지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서는 그 이름조차 귀한 미선나무를 괴산에서는 도로변과 집안 화단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괴산은 가히 미선나무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줄기가 자라는 모습이 싸리나무, 개나리와 비슷하면서도 어린 가지는 네모 형태를 보이는 미선나무의 세상에 알려진 것은 100여년 전이다. 한국 식물학의 개척자인 정태현 전 성균관대 생물학과 교수가 지난 1917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처음 발견해 이름 모를 들꽃에서 세계 유일 1종1속의 희귀식물이자 토종식물로 주목받게 된다. 이후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1924년 학계에 처음 보고되면서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tichum)라는 학명을 얻었다.

다 자란 열매모양이 옛날 궁중에서 사용하던 부채 모양을 닮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분포해 유전 자원의 보존 필요성이 매우 높은 식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약용성분이 풍부한 새로운 자원으로 추출물을 이용한 제품 개발이 이뤄지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산림청은 희귀·멸종위기식물 173호, 1998년 환경부는 보호양생식물 49호로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괴산군 3곳(장연면 송덕리·추점리, 칠성면 율지리)과 충북 영동군, 전북 부안군 등 자생 군락지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고, 북한도 평양 대성산 미선나무를 천연기념물 12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이같은 미선나무의 가치와 효능을 최대한 살려 지역 특화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괴산군의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으면서 이에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기농업군을 내세우고 있는 괴산군은 지역의 대표 향토자원인 미선나무를 6차 산업화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미선나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지역축제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선나무의 고향 괴산을 알리는 첫 걸음은 올해로 9회째를 맞은 미선나무 꽃 축제가 내디뎠다. 괴산 칠성면 쌍곡계곡 입구에 위치한 미선나무마을에서 매년 3월말에서 4월초에 열리는 이 축제는 미선나무 종 보존과 미선나무 홍보 및 관광자원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축제추진위원회 우종태 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을주민들이 시작한 이 축제는 미선나무 심어가기, 미선 꽃 차 시음회, 미선나무 책갈피 만들기 등 체험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상춘객들을 맞고 있다.

미선나무에 둘러싸여 특유의 상큼한 향기속에 파묻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미선향 축제도 올해 2회째를 맞는 등 미선나무 알리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성불산 휴양단지에 심어진 5만본의 미선나무가 한꺼번에 꽃을 피울 때면 그야말로 미선의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게다가 이 축제에서는 미선나무의 학술적·산업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브랜드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처럼 미선나무가 지역의 향토자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된 데에는 '미선나무 박사'로 통하는 김병준 미선향축제 추진위원장이 있다.

서울서 사업을 하다 지난 1998년 귀향한 김 위원장은 어렸을 적 마을 뒷산에 지천이었던 미선나무가 우리만의 희귀 토종자원임에도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미선나무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이듬해 미선나무연구소를 열고 개인적으로 번식법을 연구하던 그는 현재 50만본 가량을 키우는 농원을 운영하면서 재배법을 이웃에게 알려주고 묘목 10만본을 무료로 전국에 보급하는 등 괴산을 미선나무 고향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일찌감치 미선나무의 산업화 가능성을 알아보고 현재 6차산업화를 위한 미선나무사업단 일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미선나무의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한라산이 원산지이지만 미국인이 먼저 조직배에 성공해 지적재산권 특허를 가져갔다"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구상나무의 예를 든 김 위원장은 "이제부터라도 우리 고유자원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미선나무가 1차적 토종 산림자원에서 고부가 산업자원으로 주목을 받기까지 지난 2014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미선나무사업단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재배와 원재료 공급을 맡은 운천농원과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엠알이노베이션, 식품쪽을 담당하는 우리나무영농조합 등이 참여해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올해까지 4년간 운영된다. 사업단은 먼저 산업화를 통한 자립기반 구축으로 지난해 10월 미선나무 가공제품 생산을 위한 종합가공센터 준공식을 갖고 11월에는 미선나무의 권리 확보와 브랜드 육성을 위해 특허청에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출원 신청을 마쳤다. 이와함께 '미선향'이란 미선나무 제품 브랜드와 로고를 만들었으며 캐릭터 '미서니'를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자부담 등 총 사업비 30억원이 들어간 종합가공센터는 미선나무 추출물 생산설비를 갖추고 그동안 연구로 확인된 항산화, 미백, 아토피 개선, 탈모방지 등의 효과를 접목한 미선나무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현재 비누와 삼푸, 미백크림과 미스트 등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센터 가동을 계기로 지역 재배농가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다른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우리나무영농조합은 수년전부터 착수한 미선나무 추출물 활용 식품 개발에 성공해 지난해말 식약처의 한시적 인정서를 받고 조만간 '미선포크'와 '미선김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미선나무 소비와 활용방안이 늘어나고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따른 특성화가 열리면서 지역 농가의 관심도 높아져 재배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지역상품의 품질과 명성 등이 지리적 특성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해주고 그 명칭을 법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이에따라 괴산지역에서 생산된 미선나무만 괴산미선나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어 특산물로서 명성과 농가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6차산업화를위한 활동으로 미선나무와 관련된 영역이 묘목판매에 가공산업으로 넓어지면서 앞으로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등 지역 대표 자연자원이자 브랜드로 활용도와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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