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김종대 의원 관련사진 / 뉴시스

많은 독자들은 김종대 의원이 도대체 누구냐, 전국이 대선정국에 휩싸여 있는데 한가하게 진보정치를 말할 때냐 할 것이다. 그러나 이슈?, 구도?, 프레임?, 흑색선전?, 단일화 등 정치공학(工學)만 난무하는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는 한발 물러나 우리 정치의 미래와 발전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충북출신의 정의당 소속 김종대 의원은 진보정치인 중에는 드물게 국방 분야 전문가다. 오랜 기간 국회와 행정부에서 국방 전문가로 활동하였고, 군사외교안보매체를 발행하기도 하였다. 진보정당 소속의 국방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는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과 동시에 가장 주목할 만한 정치인으로 부각되었다. 그런 그가 지난 7일, 향후 총선에서 청주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겠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이 지역구인 상당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도전하여, 청주지역을 경기(심상정 의원)와 경남(노회찬 의원)을 잇는 진보정치의 교량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 중에 필자는 '야권 단일후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본격적으로 지역에서 진보정치 운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 그는 왜 시작도 하기 전에 야권 단일후보를 언급하였을까? 야권 단일후보 전략은 진보정당의 그간의 지배적 선거전략이었다. 우리의 진보정당은 때론 민주당을 으르고 때론 그들에게 애걸하고 때론 서로 주고받기하여, 지역구 몇 석을 양보받아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양대 정당의 선거과정 지배?소선거구제에서의 제2당의 반대표 독점?야권분열로 인한 선거패배시의 책임론, 진보정치지망생의 양대 정당으로의 유출 등은, 우리 진보정당을 민주당 2중대로 한계지우는 현실을 정당화해주는 유력한 정치담론이었다. 이는 제2당과의 후원과 시혜에 기초를 둔, 우리 진보정당의 독특한 '변형주의(transformismo)'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진보정당의 변형적 연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진보정당이 정치무대에서 독자적 대안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세계사적으로 진보세력이 제도권 정치 무대에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부터이다. 그 무렵부터 구미 선진국가들에서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정당이 등장하였지만, 그 운명은 나라마다 달랐다.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1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대중정당으로 성장하였고, 영국의 노동당은 영국의 양대 정당중 하나였던 자유당을 군소정당으로 전락시키고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인민당은 처음에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지만, 결국 공화와 민주 양당사이에서 헤매다가 20년도 못 되어 공식의 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유럽 선진 각국의 정치무대에서 최대 또는 가장 유력한 정당으로 자리 잡은 진보정당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그때그때의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한 공학적 계산에 집착하지 않았다. 때때로 대중이 호응하고 때때로 선거에서 승리하였지만, 그들이 그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진보의 사회적 헤게모니 구축이었다. 자신들만의 가치와 지향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대중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고, 구체적 생활정치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하여 선거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진보정당은 어떠한가? 그들이 제도권 정치 무대에 진출한지 20년 가까이 됨에도, 아직도 그들 정당의 지역 홈페이지는 제대로 구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지역조직은 친목단체 이상을 넘지 못하고, 지역에서 성장하는 유망한 진보정치인은 찾을 수도 없고, 가끔씩 성명을 발표하는 외에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용현 변호사

필자는 김종대 의원과 일면식도 없고, 정의당 소속도 아니다. 그럼에도 김종대 의원에게 기대하고 진보정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진보적 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진보정당이 제대로 우뚝 서야, 우리의 정치가 유럽 선진국처럼 제대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당에 기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거전략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반복은 종국에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뿐이다. 선거와 정치공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그것에 우리 진보정치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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