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충주 4·19학생혁명 기념탑 / 뉴시스

잔인한 달 4월. 혹독하게 추운 긴 겨울을 꽁꽁 언 땅 속에서 생명에 대한 의지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딛고 새봄을 기다리다 죽을힘을 다해 굳은 땅을 비집어 들어 올리면서 새 생명을 새 세상으로 내보내는 인고의 4월에 '사월의 영령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해 4월에 수많은 생명체에 새 영혼을 불어넣고서 홀연히 떠난 혈기 방장한 젊은 영령들은 몸과 마음 바쳐 정치의 민주, 국민의 자유, 사회의 정의 수호를 위해 피 흘려 투쟁하다 희생된 4.19 학생혁명의 넋들이 5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그때의 천둥 같은 분노의 함성과 질풍노도의 기상으로 불의의 총구를 가슴 가슴으로 막고 일어선 불굴의 청년들, 총상으로 다친 몸 질질 끌면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절규하던 그 고교생들, 그리고 구국일념으로 싸우다 쓰러져 눈도 감지 못하고 한 많은 생을 던져버린 청년학생들의 시신을 지킨 이들에 대한 기억이 지금 얼마나 남아 있는지.

편 가르기의 촛불이나 태극기가 아닌, 이해타산의 집단농성이 아닌, 이념이나 사상의 대립도 아닌, 너 죽고 나살자는 것도 아닌,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그 줄에 매달려 목숨 건 줄다리기도 아니었으며, 사드 배치 결사반대의 님비도 아니었고, 일당독재와 부정과 부패 몰아내고, 국민을 위한 국민의 나라를 만들자고 일어선 순수 구국학생혁명이었는데. 목마른 학생에 물 떠다주고, 다친 학생 싸매주고, 배곯은 이에 감자개떡 쥐어주고, 쓰러진 이 부축하고, 도망자 숨겨주고, 길 잃은 이 재워주며, 함께 주먹 쥐고 목청 돋우며 '정치깡패들 물러가라'고 외쳐대던 이름 없는 시민들도 같은 영령의 한 겨레였다.

학교를 정치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 독재정권 물러가라 / 독재정부 자유당은 물러가라 / 부정선거 무효다 / 선거 다시하자 / 부모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마라 / 민주주의 만세 / 이 땅에 민주주의를! / 자유 민주 정의를 드높이자 / 민주주의 사수하자! / 부정선거 독재정권 유권자가 몰아내자 / 민주역적 몰아내자 /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라.

4월의 영령들과 함께 죽기를 한하고 피를 토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항거했던 그 현장의 증인들이 오늘의 자유와 민주와 정의의 실천상황을 똑바로 지켜보고 있는데, 민생은 젖혀놓고 권불십년의 정권탈취에만 혈안인 정치인들, 국민의 안녕보다 부정으로 이권 챙기기에 올인 하고 있는 공직자들, 일자리 잃어 생계 막막해 자살로 매듭짓는 국민들에게 북에선 한 방으로 불바다 만들겠다며 으름장인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려는가.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국민주권 내세워 민주국가 세운다고 정권 바뀐 지가 몇 차례던가. 언제나 국민이 볼모로 잡혔었지만 돌아온 건 파당과 파벌, 패거리와 양극화, 부패와 부조리의 불신풍조, 막장과 끝장, 한탕의 기회주의, 양심 버리는 지도자, 부정부패기록에 도전하는 나뿐인 사람들의 경쟁행렬 만드느라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것들 많이 잃었다. 4월의 영웅들이여! 그대들의 한, 아직도 남아있는가. 영험이 있거든 이곳에 참 민주와 자유에 정의를 일깨워 살기 좋은 국민의 터전 닦아주고 편히 쉬소서. 임들의 큰 뜻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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