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습관이 되어 괜찮지만 예전 같으면 아직 잠을 깨 활동하기엔 썩 마음내키지 않을 시간이다.
골목 어귀엔 환경미화요원의 비질 소리가 들리고 생업을 찾아 종종걸음으로 오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비로소 생명력이 꿈틀거림을 엿볼 수 있다.
 유난히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일찍 자는 대신 첫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 가족들의 눈총을 받는다.
 거지반 두달여 동안 다섯시에 일어나 막내 애를 태우고 작업현장을 오가야 했기 때문이다. 입이 짧아 반찬투정을 하다 마지못해 덜덜대는 자전거를 타고 가냘픈 등을 돌리든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군 제대를 하고 이제 며칠후면 복학을 한다.
 그동안 좀 쉬었다 가라고 말려도 극구 제 등록금은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체험 삶의 현장´막 나섰다.
 주일과 눈ㆍ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을 제외하곤 꼬박 두달여간 아들은 막노동을 하였다. 처음엔 한 사나흘 하다가 힘들면 말겠지 하고 대수롭잖이 여겼으나 부모님 경제적 부담을 다소라도 덜겠다는 갸륵한 충심으로 한사코 일을 고집하였다.
 막일이 처음인지라 다리를 긁히고 손가락이 피멍이 든채 들어오는 게 다반사였다. 그래도 나는 모르는척 했다.
 아침 식사를 여섯시에 함밥집에서 하고 작업장으로 이동을 해야 되기에 다섯시만 되면 수선을 떨게 마련이었다.
 새벽 차 안에서 우리 부자의 대화는 노상 " 춥잖니?·? "아니유"? "힘들면 관둬"? " 괜찮어유"?이 단 두마디 판에 박은듯한 말이 어쩜 백마디의 대화를 함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차창 밖으론 충주댐에서 자욱히 피어 오르는 안개가 이 지역 특유의 기상도를 형성하고, 전조등을 켜고 질주하는 차량의 물결이 점차로 넘쳐나기 시작한다.
 뿌윰히 밝아오는 새벽길을 달릴 때마다 나는 내 이름에 걸맞는 분량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휘파람 소리도 경쾌히. / 충일중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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