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괴산군수 보궐선거 중앙정치에 휘둘려
정당서 발뺀 무소속 나용찬 바닥표 얻어 당선

4.12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나용찬 괴산군수가 13일 첫 출근길을 마중나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괴산군의 수장을 뽑는 4·12 보궐선거가 나용찬 군수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대선정국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유래없는 정치 구도속에서 치러지면서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지방정치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당 조직이나 바람보다는 직접 바닥을 훑고다니며 지지세를 다진 후보가 당선되면서 지방정치가 하루빨리 중앙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나 군수가 8천251표(유효득표 38.46%)를 얻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송인헌 후보(6천636표, 30.93%)를 1천615표차로 꺾었다.

이같은 격차는 당초 두 출마자간 박빙이 예상됐던 판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정당의 지원유세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반면 밑바닥 표심을 겨냥한 선거운동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전임 임각수 군수가 지난 3번의 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계속 승리하는 등 유독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적 특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지역표심과 동떨어진 중앙정치가 지역에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선후보가 지원유세차 괴산을 방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2명의 전 국회의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연일 유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군민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지원유세에 나섰던 유명 정치인들 가운데 일부는 주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표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당 내부에서도 지적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정당의 지역 관계자는 "중앙에서 선거에 관여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생각과 확연히 다른 쪽으로 선거운동이 흘러갔다"며 "운동원들 중에서도 이런 이유로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선거 구도를 짜고 준비를 마쳐야 할 초반에 중앙정치권이 혼돈속에 빠져 당 공천 등에도 손 못대는 등 허송세월을 보내 선거운동의 발목만 잡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중앙당 공천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이 한 후보의 탈당과 마찰로 이어지면서 '적전분열'로 본선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반면 탄핵정국으로 중앙정치가 안갯속에 있던 시기에 나 군수가 일찌감치 당적을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지지세를 다지는데 집중한 것이 이번 승리의 큰 기반이 됐다는 것이 한 캠프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이같은 상황은 지역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중앙정치의 일방적 지시와 잣대가 그 원인으로 지방정치를 무시한 횡포라고 볼 수 있다.

괴산읍의 한 주민은 "늘 그랬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정당들이 헛발질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지역 정서와 판이한 선거운동과 주민들을 외면한 결정이 결국 주민들에게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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