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13일 문화재위원회서 '부결' 결정
"서체비교·주조·조판 조사결과 가치 불충분"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7년간 진위 논란을 이어 온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의 보물지정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위상도 재확인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1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오전 10시부터 개최한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증도가자의 보물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보물 지정이 불가하다"고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조사를 통한 그동안의 분석결과, 공개검증, 문화재위원회 검토 결과를 종합한 결론이어서 그동안 진품이 아니라는 각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리하게 이어져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날 부결 판정을 내린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는 "증도가자로 지정 신청된 활자는 서체비교, 주조 및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며 "신청 활자의 중요성에 비추어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 결과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하고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해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신청 활자의 표면층, 부식생성물 및 내부 금속의 주성분, 미량 성분을 분석한 결과 청동유물에서 나타나는 데이터와 다르지 않았으며 활자의 내부 구조와 표면조사에서도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또 신청 활자와 신청 활자로 찍었다는 주자본을 번각한 증도가 서책의 글자와의 유사도 분석에서도 글자의 모양, 각도, 획의 굵기 등에서 대조집단인 임진자 활자 복각본에 비해 평균 유사도가 낮고, 유사도 편차의 범위가 큰 것으로 확인되어 일관된 경향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3개 기관에서 실시했던 신청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적정하게 진행된 것으로 인정되며, 그 시대는 상한 11세기 초, 하한 13세기 초, 중간값 12세기 초로 나타났다"며 "다만 신청 활자의 출토 당시 고고학적 증거에 대한 의문이 있고, 그 이후 보존환경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먹의 연대측정 결과로 활자의 연대를 추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화재분과위원회는 또 주조 재현 실험에 있어서는 활자 제작과정에서 제거해야 하는 목형을 빼내기 어려운 활자가 존해하는 것으로 보아 밀랍주조방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 또 글자면과 바탕면을 분할한 목형을 만들어 활자를 주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판 실험에서도 홈형과 홈날개형의 혼합조판에서 1행 15자로 되어 있는 증도가 서책과 달리, 1행에 14자만이 들어갔으며 증도가 서책에 비해 좌우 열이 균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번 심의 결과는 선조의 창조성이 빚어낸 현존 유일 자료로 직지가 다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직지의 위상과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위상을 높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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