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대신 '바닥정치 승부' 성공
선거앞두고 두번의 위기 기회로 만들어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1년여 가까운 군 수장 공백 끝에 치러진 4·12 괴산군수 보궐선거가 무소속 나용찬 군수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대선정국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유래없는 정치판의 요동으로 시작전부터 투표일 직전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목전에 두고도 여야 정당들이 후보 공천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등 지역의 수장을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의 뒷전으로 밀려난 채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39%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정당 후보 등 5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나 군수 압승은 당적에 연연하지 않고 군민들을 직접 챙긴 '바닥정치'가 주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번 군수 보선에서 나 군수가 무소속으로 승리하면서 괴산군은 지난 2006년 제4대 동시지방선거때부터 시작된 '무소속 군수' 체제가 12년간을 이어가게 됐다.
제4대 군수선거에서 임각수 전 군수가 무소속으로 뽑힌 이래 2010년과 2014년 선거에서 연이어 당선되면서 전국유일의 '무소속 3선 군수'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임 전 군수의 중도 낙마로 치러진 보선에서도 또 무소속 군수를 배출하면서 '무소속 강세'라는 괴산지역의 특색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하지만 나 군수의 무소속 선택은 '지방정치는 중앙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소신과 함께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당시 상황에 따른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위기이자 기회였던 첫 고비는 당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탄핵정국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나 군수는 당내 혼란과 불확실성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1월초 탈당과 함께 지역민심에 따라 '반기문 신당'을 염두에 둔 행보를 걸었다.
당시 여당 소속 다른 출마예정자들은 급변하는 정치구도속에서 '여의도'만 바라보며 안정을 선택했지만 나 군수는 민심을 챙기기 위해 당의 지원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나 군수의 이런 결정은 조직의 열세라는 선거운동의 불리함으로 작용했지만 '정당 공천' 대신 선택한 '바닥 정치'는 결국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후 무소속 당선에 이르기까지 나 군수에게는 또 하나의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온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과정의 잡음으로 김춘묵 후보가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선거에 뛰어드는 등 역대 최다인 6명의 후보가 군수를 향한 경합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무소속이 3명으로 고정표가 있는 정당에 비해 더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지만 오히려 중앙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정당들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나 군수에게는 기회가 됐다.
본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가 난립하게 만든 민주당 중앙당의 일방적 결정에다가 중앙에서 때를 놓쳐 당내경선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못했던 자유한국당의 사정이 더해지면서 정당이란 배경에 거품이 차게 된 것이다.
또한 정당들이 지역주민에게 반감을 주는 인물 등으로 지원유세를 펼치고 지역정서와 동떨어진 선거운동을 하는 등 거대조직의 허점을 드러내면서 끝까지 바닥을 지켰더 나 군수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