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24. LP판 2만장 보유 음악카페 '오래된 음악'

40년간 음악을 해온 심재중 사장이 가장 좋아한다는 '비틀즈'의 LP를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시대,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음악카페가 있다. LP판 2만장, CD 3천장을 보유하고 있는 청주시 운천동 무심천변 음악카페 '오래된 음악'. 이곳에서는 클래식, 재즈, 팝송, 영화O.S.T 등 흘러간 옛 노래들을 LP판으로 들을 수 있다.

"추운 겨울을 잘 이겨냈다고 꽃이 상을 주는 것 같아요. 봄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와요."

흩날리는 벚꽃과 어우러져 특히 요즘은 음악이 더 근사해진다. 40년간 음악을 해온 심재중(56) 사장은 1996년 '오래된 음악'을 오픈했다.

"음악을 들으려면 한적한 곳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물'을 좋아해서 무심천 주변이 딱 좋더라고요."

청주시 무심천변 음악카페 '오래된 음악'에는 LP판 2만장을 비롯해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소품이 가득하다. / 김용수

고향도 아니고, 연고도, 지인도 없는 낯선 곳 청주에서 그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꺼내놓았다.

"옛 것이 오래되면 '좋은 것'만 남아요. 수십년, 수백년을 지나온 오래된 음악들은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편안하죠. 새로운 음악은 평가가 엇갈리잖아요."

 

심재중 사장이 LP 음반으로 음악을 틀고 있다./김용수

그러면서 상호처럼 변함없이 오래오래 오래된 음악을 지켜내고 싶다고 했다.

"전구 하나, 마루판 하나 모두 LP판 팔아서 만든 가게에요.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금전적 여유가 없으니까 갖고 있던 LP판을 처분해서 인테리어를 했죠. 더 소중한 걸 얻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내줘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심재중 사장이 LP 음반으로 음악을 틀고 있다./김용수

LP음악을 남달리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LP 같은 아날로그 파동은 곡선이에요. CD는 날카롭고 뾰족한 파동이고요. 저는 LP에 바늘이 닿으면서 나는 부드러운 파동이 좋아요. 또, LP는 판을 빼서 음악을 틀기까지의 준비과정이 있는데 그 기다림도 좋아요."

심 사장이 LP판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4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전국의 LP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DJ일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패션쇼 음악감독, 이벤트 음악감독, 음악방송 진행, 음반제작 기획 등을 하면서 음악과 함께 해왔다. 그가 40년간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음악 한 곡 때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음악수업 시간에 반장이 음악 한 곡을 틀어줬는데 큰 감동을 줬어요. 내 안에 있던 외로움, 슬픔, 답답한 감정을 그 음악이 위로해준 거죠. 그 감동을 당시에는 몰랐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감동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40년간 음악을 해온 심재중 사장이 기타를 치며 감성깊은 선율을 전하고 있다. 그는 '오래된 음악' 공간에 대해 평소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며 책을 읽는 "'놀이터"라고 소개했다. / 김용수

그 음악이 바로 주디 콜린스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라고 소개했다.

"사춘기때 방황을 많이 했어요. 좋아하는 걸 찾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는데 음악을 접하면서 마음속 고요를 만난 거에요. 그러면서 방황을 잠재웠죠."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는 비틀즈를 꼽았다.

"뭐든 좋은 것은 불편해요. 음식도 몸에 좋은 건 쓴 것처럼, 음악도 그래요. 기다림이 있어야죠. 요즘은 사람들이 바쁘다 보니 음악도 맛있는 부분만 골라서 듣는데 오히려 그게 맛이 없어요."

가장 잊지 못하는 일로는 음반을 도난당한 일을 꼽았다. 2006년 어느 새벽, CD 3천장과 앰프를 도둑맞은 것이다. 범인은 아직까지도 잡지 못했다.

'오래된 음악'은 음악 하는 남편과 그림 그리는 아내가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부부는 자정 12시까지 교대로 가게를 맡고 있다.

 

그림을 그린지 17년 됐다는 아내 신윤슬씨는 지역출신 서양화가 손부남 작가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녀의 크로키작품이 카페 곳곳에 걸려있다. / 김용수
'오래된 음악'은 음악 하는 남편과 그림 그리는 아내가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심재중 사장과 17년차 화가인 부인 신윤슬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김용수

그림을 그린지 17년 됐다는 아내 신윤슬(55·여)씨는 지역출신 서양화가 손부남 작가에게 그림을 배웠다. 수묵화와 서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10번 남짓 단체전 경력을 가진 화가다. 가게 곳곳에는 그녀의 크로키작품과 직접 만든 테이블 등이 놓여있다.

"일을 하다 보면 그림그리는 데에 집중을 못하는데 이곳이 일터이면서 저의 휴식처이고 집이죠."(신윤슬)

'오래된 음악'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도 자주 찾아와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가게 안에는 손부남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작품, '평면 도자회화'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이승희 작가의 컵 작품들과 도자 테이블 작품, 박계훈 작가의 콩나물 작품 등이 눈에 띈다.

아날로그 음악을 추구하는 부부는 둘 다 핸드폰이 없다. 급하게 연락할 일도 없고,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 자체가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핸드폰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요."

40년간 음악을 해온 '오래된 음악' 심재중 사장이 자신의 음악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용수

부부에게 '오래된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힘든 건 없어요. 일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음악 듣고 기타 치고 책 보고 노는 거니까. 여기가 제겐 '놀이터'이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친구'인걸요. 아주 부족한 '나'를 조금 성숙한 '나'로 깨닫게 해준 '인생의 스승'이면서 '친구'에요."

"이 곳이 '역사'에요. 음악에 있어서는…"(신윤슬)

앞으로 계획은 오래오래 '오래된 음악'에서 '오래된 음악'을 지켜내는 것과 '즐기는 음악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만들어진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에서 나아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음악을 직접 공연하고, 연극도 하고, 음악을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오래된 음악이 있어서 '오래된 음악'이 좋다.

'오래된 음악' 입구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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