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지방분권은 올해의 화두(話頭)다. 오는 5월9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개헌론이 이슈가 되면서 권력구조개편, 기본권강화와 함께 지방분권 개헌도 주목받고 있다. 지방분권이란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의 일부가 각 지자체에 위임 또는 부여되어 지방주민 또는 그 대표자의 의사와 책임 아래 행사하는 체제를 말한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이 낳은 폐해로 대두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최근 가파른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는 지방분권이 요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제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발표한 '지방분권형 국가 건설을 위한 재정 분권 강화' 보고서에는 낮은 재정자립도로 예산편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자체의 어두운 현실을이 드러나있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 재정 중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을 제외한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작년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70% 이상인 곳은 서울 단 한 곳(0.4%)에 불과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10∼30%인 지자체가 153곳(63%)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가 220곳(90.5%)이나 됐다. 이런 여건이라면 지자체가 지역 맞춤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분권은 있으나 마나다.

지방재정이 취약한 것은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전체 세출의 21.4%(38조6천230억원)였던 사회복지 부문은 2014년 26.3%(59조8천89억원)까지 늘었다. 복지예산 비중이 높다보니 투자지출이 감소하고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지방재정의 역할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재정난으로 인한 저성장의 악순환이 지자체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실현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앙집권체제의 불공평과 비효율이 심각하다. 수도권 집중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현격한 격차를 초래하는 불공평이 이를 말해준다. 권한과 자원을 독점한 중앙정부는 무능하고, 이것이 빈약한 지방정부는 무기력하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김현기 경북대 교수는 "주민이 결정권을 가진 지방자치가 이루어져야 주민의 창의적 에너지가 모여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당한 말이다. 이를 위해 중앙에 집중된 재정 권력을 분산하고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6대4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방분권은 폭넓게 보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지방분권을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지방재정부터 확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