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충북도의 충주경제자유구역(에코폴리스) 조성사업 추진 중단 선언에 반발해 두건을 쓴 충주 지역 주민들이 12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이시종 충북지사의 해명을 듣고 있다. 2017.04.12 / 뉴시스

충북도가 지난 10일 충주에코폴리스 개발사업 포기를 발표한 이후 충주지역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지사와 정쟁 관계인 자유한국당 소속 충주 출신 도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지역정치인들이 충북도와 이 지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충주에코폴리스 부지와 관련이 있는 주민들은 지난 12일 충북도청에 몰려와 에코폴리스의 지속 추진을 촉구했고 일부는 삭발시위까지 벌였다. 이 사업 추진으로 오랜 기간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주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충주에코폴리스는 어찌보면 계획 당시부터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지난 2010년 6월,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진식 전 국회의원이 선거공약으로 내걸면서 시작됐다.

충북도는 당초 충주에코폴리스를 계획안에 넣지 않았지만 윤 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수정안에 포함시켰고 정부도 충북경제자유구역에 충주 에코폴리스를 포함, 지정했다. 당시 정치논리에 따라 충분한 검토와 분석없이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작하자 마자 국방부가 에코폴리스 인근에 있는 공군부대의 안전성 등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걸었고 공군부대의 엄청난 비행소음도 큰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에코폴리스 예정부지가 각종 도로로 관통, 여러군데로 나눠져 사업성공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에코폴리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지만 당초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분양에 발목을 잡아 수십여차례에 걸친 투자설명회 등의 노력에도 입주희망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민간사업자들은 충북도와 충주시에 분양 저조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지만 이를 수용할 경우 큰 손실을 우려되자 결국 충북도가 사업 포기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시종 지사는 사업 포기 발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에코폴리스사업 포기 여부를 놓고 정치인 이시종과 인간 이시종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술회했다. 명분 때문에 비전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끌어안고 가다가는 자칫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결국 그는 인간 이시종으로서의 결정을 선택했다. 고육지책의 결정이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문제가 충주지역에서 정치쟁점화 조짐을 보이고있다.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 지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들로서는 호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주시민들은 이 문제를 아주 냉철히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사업 포기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충북도와 충주시를 비롯해 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와 사업과 관련이 있는 시민들이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충북도 뿐 아니라 사업 추진을 무리하게 주도한 윤진식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과 3명의 시장이 임기를 거치는 동안 수수방관한 충주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과거에 얽매여 소모성 논란을 지속하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정치인들의 의도대로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충주시민들은 그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보다는 지역발전에 대한 이해득실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길형 시장은 에코폴리스 포기 발표 이후, 충주경제에 대한 새로운 비전 등 대책을 내놓을 것을 충북도에 요구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충주시와 시민들은 이제 에코폴리스의 실질적인 대안찾기에 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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