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 변종만

지난 4월 4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사량도의 지리산과 옥녀봉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사량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 사량면에 속하고 지리적으로는 남해군, 사천시, 고성군, 통영시에 둘러싸여 사천시의 삼천포항이나 고성군의 상족암, 통영으로 가는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바로 앞에 있다. 또한 육지와 가깝고 교통편이 좋은데다 조망이 좋아 산행하는 내내 주변의 바다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섬 산행 일번지다.

사량도는 상도(윗섬), 하도(아랫섬), 수우도로 나뉘는데 2015년 10월 개통한 사량대교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도와 하도를 잇는다. 인구가 많은 상도는 지리산과 옥녀봉, 면적이 넓은 하도는 칠현산이 대표한다. 여행 목적에 따라 찾는 곳도 다르다. 등산과 해수욕을 하려면 상도, 낚시를 하려면 하도를 찾는 게 좋다. 사량도라는 이름은 섬이 긴 뱀처럼 생겨 붙여졌다는데 실제로 섬에 뱀이 많다고 한다.

사량도에는 산행길이 여러 갈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지마을이나 돈지마을에서 지리산(지리망산)에 올라 불모산과 옥녀봉을 잇는 주릉을 산행한다. 하산은 통영항과 가오치선착장에서 왔으면 금평항, 삼천포나 고성에서 왔으면 대항으로 가야한다.

상도의 지리산(398m), 달바위(400m), 가마봉(303m), 옥녀봉(261m)으로 이어지는 산행코스는 약 7km 거리에서 5시간 정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가끔은 산행도 상황에 맞춰야 재미있다. 동행한 친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지마을경로당에서 내지와 옥동, 지리산과 불모산을 잇는 절골재로 거리를 줄여서 산행하기로 했다.

선착장 주변과 담장에 벽화가 그려진 마을을 둘러보고 경로당 뒤편의 산길로 접어든다. 하도의 칠현산까지 사량도를 여러 번 다녀갔지만 이 코스는 처음이라 오히려 새롭다. 돌길을 한참 오르면 내지마을과 옥동마을을 연결하는 안부사거리를 만난다. 지리산에서 1.1km 거리인 이곳에 막걸리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었는데 꽹과리, 북, 징을 치며 등산의 피로를 풀어주던 꽁지머리 아저씨가 3년 전 돌아가셔서 주변이 썰렁하다.

사량도의 산들은 높이가 200~400m에 불과하지만 산행코스와 암릉미가 육지의 높은 산에 뒤지지 않는다. 등반 내내 산줄기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최고다. 다소 험해도 가파른 칼날능선으로 이어진 산줄기를 걸어야 멋진 풍경을 구경한다. 위험한 곳은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다. 불모산 정상인 달바위는 아찔한 절벽으로 이뤄져 우회로를 택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다. 달바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과 짜릿한 스릴은 이곳에 오른 사람만 안다.

달바위에서 가마봉을 거쳐 옥녀봉에 이르는 종주코스는 수직으로 된 철계단을 오르내리고 현수교를 건너야 한다. 가마봉과 옥녀봉은 쌍둥이처럼 마주보고 있다. 가마봉에서 옥녀봉에 이르는 능선은 사량도 산행에서 등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가끔 뒤돌아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산세와 경관이 빼어난 향봉과 연지봉 2개 구간에 설치된 총 61m의 현수교(출렁다리)가 명물이다.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수교 위에서 바라본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상도의 대항마을과 앞바다, 하도의 덕동마을과 칠현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량도를 대표하는 산이 지리산이라면 옥녀봉은 불모산보다 낮지만 애달픈 전설 때문에 더 유명해진 산이다. 아득한 옛날 사량도에 옥녀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옥녀의 미색에 욕심을 품고 이성을 잃은 아버지가 딸에게 덤벼들었다. 아버지의 간절한 청을 들어줄 수 없자 옥녀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소 울음소리를 내며 기어오르면 짐승으로 생각하고 몸을 허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이미 짐승이 된 아비는 소 울음소리를 내며 산봉우리까지 기어올랐고, 그 모습을 본 옥녀는 바다에 몸을 날려 죽었다. 그때부터 이 봉우리를 옥녀봉이라 한다.

산위에서 해안을 둘러보면 작은 마을들이 섬 자락 구비마다 자리하고 있다. 사량도 유일의 대항해수욕장과 상도와 하도를 잇는 사량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구경하고 옥녀봉을 내려서면 대항선착장이 빤히 보인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금평항, 왼쪽으로 접어들면 대항선착장에 닿는다. 배를 기다리며 포구 앞 식당에서 해삼과 멍게를 안주로 마시는 소주가 제맛이다.

유람선이 마을 뒤편으로 현수교와 기암절벽이 가깝게 보이는 대항선착장을 출항해 삼천포로 향한다. 뱃전에서 산행의 진가를 보여준 사량도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유람선이 왔던 길을 달려 삼천포유람선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사량도가 눈앞에 있다.

행복이 뭐 별건가. 술잔을 부대며 정을 쌓는 것도 인생살이다. 배에서 내려 운영진에서 푸짐하게 준비한 회를 안주로 뒤풀이를 진하게 했다. 5시 40분 청주로 향한 관광버스가 통영대전고속도로 산청휴게소와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린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은 회원들이나 운전하는 사람이나 같아 예정보다 빠른 9시경 집 옆에 도착했다. 사량도가 섬 산행 최고라는 얘기를 듣고 선뜻 따라나선 친구와 즐겁게 행복 쌓기를 했던 하루였다.

http://blog.daum.net/man1004/1790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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