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인순 청주 상당구 남일면 주무관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pixabay

면사무소에서 노인복지업무를 맡고있다. 면사무소는 동 주민센터에 비해 노인복지 업무비중이 더 크다. 또 '노인은 무조건 돌봐야하는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이 나의 업무부담을 더 크게 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생각이 기우였다. 아침마다 피터팬 같은 노인회 어르신들을 만나서 웃고 세상사는 지혜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인 한분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한다. 살아있는 백과사전을 만나는 행운을 덤으로 누리는 면사무소 생활에 어르신들께 매일이 감사하다. 노인회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위트와 유모를 배우고, 사무장님께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늘 자신을 가꾸는 감사님,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표정을 가진 인상 좋은 이사님등 분야별로 본받고 싶은 '진짜 젊은 어르신'들이 그 곳에 있다.

사람들은 '노인'이라는 단어앞에서 '걱정과 불안'을 떠올린다. '노노간병', '효도계약서', '고독사'와 같은 어두운 이미지가 '늙음을 두려움의 과정'으로 다가오게 한다. 나 또한 나이가 든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길을 지도 없이 나아가는 막연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주위에 롤 모델을 의연 중 찾게 된다.

박인순 청주 상당구 남일면 주무관

그래서 젊었을 때부터 나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노인의 삶은 늙었을 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 예견되는 것인지 모른다. 늙는다는 것은 미래에 갑자기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에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서 품위와 삶의 멋을 잃지 않고 노후를 즐기듯 사시는 어르신들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일상이 배움과 새로움의 연속이다. 아름다운 노인의 모습이야말로 누구나 바라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00세 시대에 품위 있게 살기 위한 조건은 예전과 달라야 한다고 한다. 풍부한 경험과 삶의 노하우, 매너로 내게 멘토가 돼주시는 노인회 어르신들에게 인생 후반전은 우울한 나날이 아니라, '인생이란 꽃이 만개하는 제2의 젊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