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pixabay

최근 충북의 교육현장에 일부 초등학교 교장들의 비위와 편법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말 청주 모 교장의 공금유용사건이 발생한지 몇 개월도 안 돼 또 다른 교장이 각종 규정을 무시하고 멋대로 학교 예산을 지출하는 부당 행위가 적발됐다. 해당 교장이 교총 부회장이라는 점을 들어 일각에선 진보교육감의 표적감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관행이라고 보기엔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감사범위를 확대해 일선학교의 예산운용에 대해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 내부자 고발로 최근 충북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교장의 비위행위를 보면 일선학교의 예산운용 규정은 깡그리 무시됐다. 원칙과 기준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와 학생의 안전을 위한 인력인 배움터 지킴이를 축구부 코치로 선임했고 초등 돌봄 예산으로 돌봄 교실 운영 비품과 함께 교장실용 수납장도 구매토록 했다. 또 돌봄 교실 비품 가격에 수납장 구입비를 숨겨 편성해 학교회계 서류에 이런 사실을 숨기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특히 교장은 지난해 학교기본운영비 중 전기요금 450여만 원, 축구부 훈련비 560여만 원을 추가경정예산에서 감액해 이중 810여만 원을 교장실 운영비품 예산으로 편성해 소파, 응접탁자 등을 들여놓는데 770여만 원을 사용했다. 또 구입한지 5년이 되지 않은 교장실 컴퓨터를 2년 만에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정보화실 운영 예산을 전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보호 인력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과 공립학교 회계규칙, 지방재정법등은 있으나 마나였다. 해당 교장은 타 학교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항변했다고 하지만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 조차 회계 관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한다면 어린학생들이 이런 학교에서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교장의 일탈행위는 새삼스럽지 않다. 작년 12월 모 교장은 교직원과 학부모 접대 또는 운동부원 영양식 제공, 교육관계자 접대 등을 이유로 법인카드를 선결제하는 방법으로 공금 800여만 원을 유용했다. 또 친인척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차량임차계약을 몰아주고 운동부 격려금도 횡령했다. 더 황당한 것은 위장병이 있다며 학교급식을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조리사로부터 별도의 죽을 제공받는 등 14개월 치 급식비 110여만 원을 내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교육자 행세를 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틀림없이 자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교장 역시 "관행이었거나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선 교육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비리와 편법이 판을 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취임초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를 도입했다. 당시 지능형 로봇 납품권 비리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을 때다. 김 교육감은 "비리를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비리근절시스템은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 일선학교의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식 교육행정은 아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감사를 실시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비위근절을 외쳐도 단 한 푼이 아쉬운 교육예산은 줄줄이 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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