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복면을 쓴 채 정책토론을 하자며 기자회견을 하던 중 자신의 기호를 손으로 표시하고 있다. 2017.04.17. / 뉴시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충북도청을 찾았다. 대선 후보로서는 첫 방문 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 중의 실세' 소리를 듣던 그의 대권행보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피켓을 든 선거운동원 몇몇을 제외하면 수행원은 한둘에 불과했다. 그의 회견은 강의에 가까웠다. 이재오의 1순위 공약이자 '화두(話頭)'는 '헌법개정'이다. 지지자들 손에 든 피켓에는 '개헌 대통령'이라는 메시지가 전부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극복 ▶상생과 협력의 책임정치 구현 등이 목표이다.

그는 이날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헌법개정과 선거제도·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신념과 정치철학을 하나하나 밝혔다. 이명박 정부 초기 시도했던 행정구역 개편도 언급했다. 인구 100만명을 기준으로 전국에 50개 광역시 규모 지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과 교육감은 물론 경찰청장까지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역단체의 재정, 입법, 인사, 경찰, 교육자치권(선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선거를 한꺼번에 하자는 것도 그의 소신이다. 2년이 멀다하고 실시되는 각종 선거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에 솔깃할 게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파면과 '인신구속'이라는 처지에 몰린 것을 비롯해 본인이나 가족들이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대통령이 없었다는 점을 환기했다. 그는 공약집을 통해 경제와 노동개혁 분야 비전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오가 하고싶은 얘기는 행정·선거제도 개편, 헌법개정을 통한 '국가 개조' 일 게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5선을 기록한 그는 한때 정치권과 언론에 "실세라는 말을 제발 좀 빼 달라"는 '엄살'을 부렸던 인물이다. 2010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권익위원장이던 그를 특임장관에 임명할 무렵이었다. 당시 그가 행차하면 검찰총장이 뛰를 따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총리조차 '견습총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20대 총선 낙선 후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했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다. '대선 출마는 왜 했나'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5선 관록의 정치인 이재오는 엊그제 단지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5만5천원(2박3일)에 빌린 복면 '파란왕자'를 쓰고 국회 정론관에 등장했다. 자신의 철학을 담은 '개헌'을 홍보하려는 퍼포먼스 였다. 눈여겨 보면 '이재오의 국가개조論'은 주목할 부분도 많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실세와 허세를 죄다 경험한 후 하산(下山)한 자가 내뱉는 '액기스' 일 수 있다. 그러나 '개헌'은 먹혀도 이재오에 대해서는 싸늘한 게 정치현실이니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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