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아트센터 '우연히도 다시, 밤 Accidentally, the night again'
쉐마미술관 'Drawing 일상의 경계, 풍경'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현장·주제전시展'

정혜숙 작가의 아르겔론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찬란한 봄날이다. 청주지역의 미술관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봄전시로 행복하다. 다양한 실험정신과 작가정신, 깊은 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하나의 작품은 우리의 인생을 더 의미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자연, 생명, 일상, 우연, 필연, 희망, 불안, 과거, 현재 등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3곳의 봄전시장으로 안내해 본다.


우민아트센터 '우연히도 다시, 밤 Accidentally, the night again'

김상진 작가의 MarsSpiritual. 2015.

지난 4월 19일 개막돼 오는 6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불확실성의 시대적 '제약'을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김상진, 안경수, 안정주, 이은우, 장보윤, 정재호 등 6명의 작가가 함께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시대다. 따라서 그만큼 세상이 불안하고 변하기 쉬우며 어찌보면 변덕스러운 사회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대에 '불확실성'을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제약이 아닌 가능성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새로운 구조와 양식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한 프랑스 파리의 문학그룹인 '울리포'의 실험을 차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상진 작가는 인류가 만들어낸 '인식체계의 확신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출발해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탐구를 다양한 매체로 실험한다. 그는 음성프로그램을 이용한 로봇극 '화성영가'(2015)를 선보이며 표현과 경험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언제나 기술과 환영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안경수 작가의 supermarket. 2016.

안경수 작가는 폐기물에 가까운 낡은 사물, 오래된 건물과 공사장 터를 가능성의 풍경으로 바라보며, 안정주 작가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사회가 규정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 이은우 작가는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에서 사물이 가진 관념이나 의미를 해체 혹은 변용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장보윤 작가는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획득한 타인의 사진을 매개로 타자와 자신의 공통 기억과 경험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정재호 작가는 폐허의 장소들과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린 사물들을 캔버스 위에 재현한다. 현존하나 잊혀 진 장소,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물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 역시도 곧 잊혀질 '과거'의 흔적임을 암시하며 잊혀진 존재들을 환기시킨다.

이용미 우민아트센터 관장은 "한계를 부여하는 순간, 새로운 인식적 모험은 시작되고, 가능성은 확장된다"며 "이번 전시는 관객들과 기존 통념들로 굳어진 사회를 낯설게 만들고, 아득한 오늘날의 현실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싶어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쉐마미술관 'Drawing 일상의 경계, 풍경'

안무가 한송이 그리고 연주

오는 6월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미술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드로잉의 기본요소들과 일상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느껴보고자 마련한 가정의 달 특별기획전이다.

김민정, 김세옥, 김승현, 김해진, 모또지마 마유미, 이다현, 첼리스트 고영철, 현대무용 한송이 등 8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특히 첼리스트 고영철과 현대무용의 한송이 댄서 그리고 영상 김승현 작가의 콜라보 작업을 통해 현재의 다원예술 형태를 엿볼 수 있다.

김민정 작가는 도시의 형태성과 변모하는 속도에 질문을 던지며, 도시적 삶에 대한 공허하기까지도 한 개인의 심리를 풍경화 속에 담아냈고, 김세옥 작가는 세상과 자신의 존재에서 느낀 공허함과 의미와 의미없음 사이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김승현 작가는 유목적인 일상과 예술의 틈에서 무기력하게 피어오르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사색하며 이를 입체와 평면,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준다.

김해진 이상한 도시

김해진 작가는 사회 변화와 주거양식의 개편으로 오늘도 부서지고 다시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높은 건물이 세워지는 반복을 설치, 드로잉, 회화로 담아냈으며, 모또지마 마유미 작가는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감정, 공포, 정처 없는 불안, 그리고 나약한 심리상태를 '소녀'에 투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다현 작가는 낡은 인공물에서 사람들의 온기와 냄새가 묻어나고 손때가 느껴지는 소박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현장·주제전시展'

류현숙 作, 'in and out'

스튜디오1750+정혜숙, 박한샘, 류현숙 등 3팀의 개성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오는 4월 28일 개막해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스튜디오1750+정혜숙팀의 '괴물이 산다'는 대청호 깊숙한 곳에 알 수 없는 괴물이 산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비닐로 제작된 대형 민들레, 나무, 동물 등의 입체물이 마치 살아 숨을 쉬는 듯 움직이고 마치 대청호수에서 유영을 하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관람객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할 예정이다.

박한샘 作, '섶섬'

박한샘 작가의 개인전 '만들어진 섬'에서는 한지와 먹으로 그린 대청호의 진귀한 풍경들이 선을 보인다. 강과 산이었던 장소들의 대청댐의 건설로 호수가 되고, 섬이 된 특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들은 자연의 축적된 시간과 에너지를 은유적으로 전한다.

류현숙 작가의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은 무수한 색채의 점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추상회화와 필름지 위에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제작한 설치작품을 보여준다. 이 다양한 이미지들은 대청호의 물결, 산등성이 등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봄정취를 즐기기 위해 대청호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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